겨레고전문학선집 5

이규보 작품집 1

동명왕의 노래

양장 | 147×217 mm | 586 쪽 | ISBN 9788984282025

이규보가 남긴 2천여 수의 시 가운데 260여 수를 가려 뽑은 시집. 민족의 주체성을 드높인 시, 시인의 일상을 그려 낸 시, 농민들의 삶을 읊은 시, 풀과 벌레를 노래한 시들 속에 소박하면서도 호방한 이규보 시 문학의 참모습이 담겨 있다.

청소년~어른

펴낸날 2005-06-01 | 1판 | 글 이규보 | 옮긴이 김상훈, 류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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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오백 년 최고의 문장가, ‘이규보’

그가 쓴 시와 산문의 알맹이를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이규보의 작품 가운데 고등 학교 18종 문학 교과서에 실린 것을 보면 ‘국선생전’을 비롯해 ‘토실을 허문 데 대한 설’, ‘경설’, ‘슬견설’, ‘이옥설’ 같은 산문 문학부터 ‘동명왕편’ 같은 시가 작품까지 아주 풍성하다. 팔백 년 전에 쓰여진 이규보의 글을 오늘날 새롭게 배우려 하는 까닭은 무엇인지,《동명왕의 노래》와 《조물주에게 묻노라》에 실린 작품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 두 책에서 고려 오백 년 역사에서 가장 뛰어난 시인으로 평가받는 이규보 문학의 전모를 볼 수 있으며, 자유분방하고 독창적인 시풍을 보여 주었던 이규보의 시 작품을 생동감 넘치는 북의 번역으로 만날 수 있다.


‘고구려의 기상을 노래하라’ : 민족 의식을 드높인 시인

이 규보는 고려 중기의 격동기에 태어나, 무인 정권의 등장을 몸으로 겪었다. 젊은 날에는 천마산에 머물며 스스로 ‘백운거사’라 칭했는데, 흰 구름처럼 자유분방한 의지를 지니고 살려고 했다. 문벌 귀족과는 다른 처지에 있으면서 새로운 세계관을 지녔던 이규보는, 몽고의 침략에 온 나라가 항쟁하던 시기를 살면서 민족 의식을 지니고 주체적인 문학을 이룩하려 애썼다.
그는 우리 민족의 역사 현실에 주목하고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지식인이었다. 우리 문학사에서 처음으로 민족의 주체성을 세우는 데 눈을 돌려, 문학을 통해 우리 민족의 긍지를 표현하려 노력했다.
특히 ‘동명왕편’에 그런 것이 잘 드러나 있다.
“그 옛날 쓰던 활은 벽 위에 걸려 있고 원수를 베던 칼도 칼집에 들었도다. 아직도 나라 위한 붉은 마음 살아 있어 꿈속에선 원수를 쏘아 없앤다네.” 하고 노래했던 이규보는 실제 삶에서도 늙은 몸을 이끌고 직접 전장에 나가기도 했다. 몽고의 침입을 받는 동안 이규보가 보여 주었던 문학관이나 삶은 원나라의 지배를 받으며 살아야 했던 당대 사람들, 또 후대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사회시․농민시의 선구자

이 규보 이전에도 농촌을 소재로 쓴 시는 있었으나, 이규보가 쓴 시들과는 큰 차이가 있다. 이규보는 농민의 처지에서 농민의 소리를 대신 낸 시를 여러 편 썼다. 특권 의식에 반발했고, 몽고와 싸우는 동안에도 농민들을 애틋하게 여기는 시를 썼다.
농민 봉기와 외적의 침략을 두고 쓴 작품도 여럿이며 ‘길가에 버린 아이를 두고’라는 시를 통해서는 인도주의자 이규보를 만날 수 있고, 종을 가엾게 여겨 노비 문서를 불태웠다는 이야기도 문학으로 전해진다. 농민의 편에 서서, 농민의 뜻을 전달하고자 했고 그러면서 벼슬아치들을 호되게 꾸중하는 시도 많이 남겼다.
“구슬같이 희디흰 이밥과 고인 물같이 맑은 술은 바로 농사꾼이 만든 것이라 그들이 먹는 것을 하늘인들 허물하랴”고 노래한 ‘농사꾼에게 청주와 이밥을 못 먹게 한단 말을 듣고’에서도 잘 드러나고, 농민들이 풀뿌리를 캐먹다 굶주려 쓰러지는 것을 보고 격분한 작품도 있다.
그래서 이규보를 두고 이이화는 ‘사회시 또는 농민시의 선구자’ 라고 일컫는다.
관념이 아니라 삶을 노래한 시인

우 리 문학사에서 이규보만큼 왕성한 창작 의욕을 보여 주는 사람도 보기 드물다. 《동명왕의 노래》와 《조물주에게 묻노라》에는 이규보의 문학 이론과 창작에 대한 견해는 물론, 역사 현실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더불어 자기 일상의 모습까지도 풍부하게 담아 냈다.
이 규보를 두고 ‘고려 시대를 대표하는 유물론 철학자’라고 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우리 문학 최초로 리얼리즘 문학을 실현했다고 평가하는 것은, 격식과 규범을 차리지 않고 일상의 사소한 장면에 대해서 시를 쓰거나 쥐 같은 동물, 오얏 따위 과일을 두고 쓴 시들이 일정한 문학적 성취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규보는 ‘붓을 달려 시를 쓴다.’는 말 그대로 빠르고 능숙하게 시를 지었다. 술에 취해서도 운자에 맞추어 능수능란하게 작품을 지어 낼 수 있었던 그였던지라 풍류와 유머를 가득 담아 다양한 소재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모습을 보여 준다. 살아 있는 동안 8천여 수의 시를 썼다고 하나, 남아 있는 2천여 수의 작품만으로도 이규보 문학이 지닌 깊이와 넓이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남의 것을 도둑질하지 말아라” : 진보적 문학 사상가

이 규보는 시를 쓸 때 무엇이 중요한지 ‘시에 대하여’라는 시에서, “더욱이 버려야 할 것은 깎고 아로새겨 곱게만 하는 버릇. 곱게 하는 것이 나쁘기야 하랴. 겉치레에도 품을 들여야 하지만 곱게만 하려다 알맹이를 놓치면 시의 참뜻은 잃어버린 것이다.”라고 했다. 왜 시를 쓰는지를 밝히는 글도 썼고, 고문을 인용하거나 당나라와 송나라의 시풍을 그대로 따르기만 했던 세태를 비판하기도 했다. 시를 짓는 데 아홉 가지 좋지 않은 체가 있다고 밝히면서 ‘시 구상의 미묘함을 간단히 논평한다’는 글을 쓰기도 해, 당대와 후대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이규보는 널리 알려진 명문을 가져와 자기 것으로 삼으려는 것을 도둑질이라고 나무라면서 ‘나 홀로 말과 뜻을 아울러 창조하였으니’라는 산문을 썼다. 또한 자기 삶을 독창적으로 담지 않고서는 좋은 문학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기존의 표현에 매이지 않고 현실을 새롭게 인식해야 하고, 그러면서 생동감 있는 표현을 찾아내야 한다고 거듭 밝혔다.


고려 시대 온갖 자료의 박물관, 이규보의 시

이 규보가 쓴 시의 소재는 굉장히 다양하다. 딱따구리, 매미, 번데기, 앵무새, 거미 그물, 물고기 같은 동물을 소재로 한 시가 있는가 하면, 밥알꽃, 석류꽃, 배꽃, 사계화, 해당화, 홍작약, 금전화, 동백꽃 같은 식물을 두고 자세히 살펴 쓴 시들도 많다. ‘추위 막는 목서화’, ‘늙은 무당’, ‘늙은 기생’ 같은 시들에서는 당시 문화를 엿볼 수 있고, ‘오얏을 먹으며’, ‘능금을 먹으며’, ‘찐 게를 먹으며’ 따위 시에서는 고려 시대 식생활을 엿볼 수 있다.
‘술 깨는 풀’ 같은 시로는 고려 사람들의 약초 씀씀이를 알 수 있고, ‘푸른 사기잔’, ‘질항아리의 노래’를 통해서는 고려 청자 문화의 발달사를 알 수 있다. ‘손득지의 차운에 대한 노래를 화답하노라’에서는 다도 문화가 고려 때 크게 발달했음을 확인할 수 있고, ‘을유년 과거장에서 글을 고열하며’ 같은 시를 통해서는 당시 과거 제도의 구체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이규보는 다양한 소재를 자유자재로 읊어 놓아 후대 사람들이 당시 생활상을 구체적으로 알게 해 준다.

《동명왕의 노래》

이 규보가 남긴 2천여 수의 시 가운데 260여 수를 가려 뽑은 시집이다. 민족의 주체성을 드높인 시, 시인의 일상을 그려 낸 시, 농민들의 삶을 읊은 시, 풀과 벌레를 노래한 시들 속에서 소박하면서도 호방한 이규보 시 문학의 전모를 볼 수 있다.


아 직도 붉은 마음 살아 있으니 : 장편 서사시 ‘동명왕의 노래〔東明王篇〕’를 비롯하여 ‘달단이 강남에 들어왔단 말을 듣고〔聞達旦入江南〕’, ‘오랑캐가 강 너머에 주둔했다기에〔九月六日聞虜兵來屯江外~〕’, ‘전승 소식〔聞官軍與虜戰捷〕’, ‘늙은 장수〔老將〕’ 같은 시들을 담았다. 나라를 사랑하는 이규보의 마음이 잘 나타나 있는 시 22편을 실었다.

날카로운 큰 칼을 들고 : 늦은 나이에 관직에 나아가 백성들의 안위를 살피면서 얻게 된 깨달음을 해학적으로 풀어 낸 ‘이불 속에서 웃노라〔衾中笑〕’, ‘군수 몇 놈이 뇌물을 받아 죄를 입었다는 말을 듣고〔聞郡守數人以贓被罪〕’를 비롯하여 ‘수령살이 낙이라고 하지 말라〔莫道爲州樂〕’, ‘위도에 들어가서〔入島作〕’, ‘황려 여사에서〔黃驪旅舍有作〕’처럼 자기 처지에서 바라본 세태를 신랄하게 풍자한 시 47편을 실었다.

하늘이여 우리 백성 소중하거든 : 누구보다 농사짓는 백성들을 보듬고 살피는 데 열심이었던 이규보는 ‘농사꾼의 노래〔代農夫吟〕’, ‘동문 밖에서 모내기를 보면서〔東門外觀稼〕’, ‘누에 치는 것을 보고〔見人家養蠶有作〕’, ‘밤중에 큰눈이 내려〔明日大雨復作〕’ 같은 시들을 남겼다. 백성을 아끼는 이규보의 마음이 잘 드러나 있는 시 19편을 실었다.

꽃과 마주 앉아 술 한잔 : 자연을 두고 읊은 시 102편을 모아 엮었다. 이규보는 ‘흥겨운 봄날에〔春日寓興〕’, ‘우물 안에 비친 달을 두고〔山夕詠井中月〕’, ‘길 가면서 눈을 두고〔路上詠雪〕’, ‘밥알꽃〔詠黍飯花〕’, ‘매미〔蟬〕’처럼 일상 생활에서 느끼는 계절의 변화, 주변에서 쉽게 보는 꽃이나 곤충들을 노래하기를 즐겼다. 꽃과 마주 앉아 술 한잔 나눌 줄 알았던 이규보의 소탈한 풍류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향기로운 술 그대 먼저 가져오니 : ‘참다운 벗〔謝元興倉通判金君携粮酒見訪〕’, ‘길에서 친구를 만나〔路上逢故人口號〕’, ‘잊지 못할 은혜〔坐上走筆謝李詹事等諸公大設筵見慰〕’, ‘눈 속에 벗을 찾아가 만나지 못하고〔雪中訪友人不遇〕’처럼 오랜 벗들과 이별하는 자리에서나 쌀이나 숯을 보내 준 데 대해 고마움을 표하는 시들과 ‘두 아이를 생각하고〔憶二兒〕’, ‘아들 삼백이 술 마심을 보고〔兒三百飮酒〕’처럼 자식들을 두고 읊은 시들을 한데 모았다. 모두 50편의 시를 담았다.

온 천하를 부채질하리 : ‘단옷날 그네뛰기〔端午見鞦韆女戱〕’, ‘모진 더위에 관아에서〔苦熱在省中作〕’, ‘기생집에 불이 났네〔隣妓家火戱作〕’, ‘질항아리의 노래〔陶甖賦幷序〕’처럼 일상 생활의 풍경을 담은 시 17편을 담았다.
아직도 붉은 마음 살아 있으니
날카로운 큰 칼을 들고
하늘이여 우리 백성 소중하거든
꽃과 마주 앉아 술 한잔
향기로운 술 그대 먼저 가져오니
온 천하를 부채질하리

이규보 연보
이규보 작품에 대하여 - 김하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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