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렌/스코트 니어링

조화로운 삶

무선 | 148×210 mm | 220 쪽 | ISBN 9788984280564

니어링 부부가 버몬트 숲 속에서 살았던 스무 해의 기록입니다.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에서는 다 못 본 두 사람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이 집을 짓고, 손수 밭을 일구어 채소를 기르고, 이웃과 함께 한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만날 수 있습니다.

청소년~어른

어린이도서연구회 권장도서(2004)

펴낸날 2000-04-15 | 1판 | 글 스코트 니어링 |

9,000원

8,100원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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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렌 니어링과 스코트 니어링은, 미국이 일차 대전을 치르고 대공황의 늪으로 빠져들면서 모두의 안전을 위협하는 1930년대 뉴욕을 떠나 버몬트의 작은 시골로 들어간다. 자연 속에서 서로 돕고 기대며, 자유로운 시간을 실컷 누리면서 저마다 좋은 것을 생산하고 창조하는 삶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다.
두 사람은 조화로운 삶을 살기 위한 원칙을 세운다. 먹고사는 데 필요한 것들을 적어도 절반 넘게 자급 자족한다. 스스로 땀 흘려 집을 짓고, 땅을 일구어 양식을 장만한다. 그럼으로써 이윤만 추구하는 경제에서 할 수 있는 한 벗어난다. 돈을 모으지 않는다. 따라서 한 해를 살기에 충분할 만큼 노동을 하고 양식을 모았다면 돈 버는 일을 하지 않는다. 되도록 다른 사람들과 힘을 합쳐 일을 해낸다. 집짐승을 기르지 않으며, 고기를 먹지 않는다. 이 책은 이러한 원칙대로 산 두 사람이 버몬트에서 지낸 스무 해를 낱낱이 기록한 책이다.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에서는 다 못 본 두 사람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 두 사람이 집을 짓고, 곡식을 가꾸고, 이웃과 함께 한 이야기를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를 읽고 오랫동안 이 책을 기다려 온 수많은 독자들에게 다시 한 번 큰 감동과 깨달음을 줄 것이다.

 

 

머리말

 

시골로 가니 희망이 있었다

 

이 책은 뉴잉글랜드 지방에서 있었던 이십 세기의 선구자 같은 모험을 기록한 것이다. 여기 실린 이야기는 우리가 버몬트 산골짜에 살면서 스무 해 동안 겪은 일들이다. 우리는 우리가 하려고 했던 일, 그 일을 해낸 방법, 목표를 제대로 이루었나 이루지 못했나를 기술, 결제, 사회, 심리의 면에서 써내려 가려 했다.

 

대공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던 1932년에 우리는 뉴욕에서 버몬트 시골로 이사했다. 처음에 우리의 모험은 그저 땅에 뿌리를 내리고 단순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사는 것이었다. 자연 속에서 서로 돕고 기대며, 자유로운 시간을 실컷 누리면서 저마다 좋을 것을 생산하고 창조하는 삶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경험이 쌓이면서 버몬트 골짜기는 실험실이 되어 갔다. 우리가 지켜야 할 원칙을 세워 갔고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몸으로 겪어 냈다.

 

우리는 불황과 실업의 늪에 빠져서 파시즘의 먹이가 되어 버린 사회를 떠나 버몬트로 이사했다. 이것은 시대의 특별한 요구를 받아들이는 과정이었다. 전세계를 휘저어 놓을 또 다른 군사 무법자가 판치기 바로 전 일이었다. 우리가 들어간 곳은 산업 사회가 되기 전 사회 곧, 농촌 사회였다. 우리의 평화주의, 채식주의, 집산주의를 원칙에서나 실제로나 거부하는 사회에서는 떠날 수밖에 없었다. 우리를 거부하는 힘이 워낙 완강해서 우리가 신념을 지켜며 교직에 계속 머물기가 힘들어다. 언론에 글을 쓸 수도, 라디오 방송에 발표를 할 수도 없었다. 우리는 공교육에서 외면당했다. 이런 처지에서 우리는 어디로 가야 했을까? 스러져가는 사회 체제에서 쫓겨난 사람들이 소박하고 평온하게 살 수 있는 곳은 어디인가? 사회가 붕괴로 치달아 해체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때에, 올바른 사회 체제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시간과 힘을 얻을 곳은 어디인가?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파리나 멕시코, 파라과이로 갈 수도 있었다. 미국은 정해진 대로 파국의 길을 가도록 내버려 두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다른 나라로 가는 대안을 선택할 수가 없었다. 교사로서, 인류의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피할 수 없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첫째, 빠르게 변해 가는 복잡한 형편을 미국인들이 깨닫도록 도움을 주는 일, 둘째, 북아메리카에서 꾸준히 권력을 확장하고 있는 금권 무력 독재 세력에 마음으로부터 저항하고, 정치적으로 저항하는 일. 셋째, 거의 거덜날 북아메리카와 서유럽의 사회 질서 속에서 그나마 보존해야 할 것을 가려 내어 지키는 일, 넷째, 사회 체제의 대안이 될 워칙과 실제를 세우고 다듬어 공식으로 만드는 일. 이와 함께 다섯째,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세계 안에서나 올바르게 살아가는 본보기를 보여 주는 일 들이었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처음에 돈을 아주 조금만 준비해도 되고, 그 뒤로도 적은 돈으로 잘 꾸려갈 수 있는 독립된 경제라고 생각했다. 노동 시간을 반으로 줄이고, 대신 조화로운 삶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었다. 나머지 절반의 시간에는 연구를 하거나 책 읽기, 글쓰기, 대화를 할 수 있으니까. 이런 계획을 실천하는 데는 대도시나 미국을 벗어난 어떤 곳보다 버몬트 골짜기가 어울렸다. 그리고 실제로도 우리가 도시에 살았다면 먹고 살기 위해 괴로운 노동을 하며 다 써 버렸을 시간과 힘을 보존할 수 있었다. 우리 버몬트 실험에 함께 했던 사람들은 보잘것없는 힘이나마 성인 교육과 여론 형성에 바람직한 구실을 했다. 우리는 자존심을 지키며 평온하고 단순한 삶, 마음에 그리고 있던 삶을 살았다.

 

우리는 국내외 도시 몇 군데서 산 적이 있다. 그 때마다 정도는 다르지만 단순하고 고요한 삶을 방해하는 요소들인 복잡함, 긴장, 압박감, 부자연스러움, 만만치 않은 생활비와 맞닥뜨렸다. 생활비는 모두 현금으로 치러야 했다. 도시가 개인에게 강요하는 조건, 도시의 이익을 우선해야 한다는 조건 아래서 벌어 들인 돈이었기 때문이다. 수입이 현금으로 들어오든지 말든지 그것은 우리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랫동안 도시에서 살다가는 사회가 주는 압력을 이기고 몸의 건강과 정신의 안정, 사회 속에서의 건전함을 지켜 낼 수 없다는 게 점점 뚜렷해졌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우리는 더 올바르고 더 조용하고 더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도시를 벗어나 시골로 가면 희망이 있었다.

 

도시를 떠날 때 세 가지 목표를 품고 있었다. 첫 번째는 독립된 경제를 꾸리는 것이었다. 우리는 불황을 타지 않는 삶을 살기로 했다. 할 수 있는 한 생필품이나 노동력을 시장에서 사고 팔지 않는 독립된 경제를 계획했다. 그러면 고용주든 자본가든 정치가든 교육 행정가든 우리에게 간섭할 수가 없을 것이었다. 두 번째 목표는 건강이었다. 우리는 건강을 지킬 뿐 아니라 더 건강해지고 싶었다. 도시 생활은 여러 가지로 우리를 조이고 억눌렀다. 건강한 삶의 토대는 단순했다. 땅에 발붙이고 살고, 먹을 거리를 유기 농법으로 손수 길러 먹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세 번째 목표는 사회를 생각하며 바르게 사는 것이었다. 우리는 되도록 많은 자유와 해방을 원했다. 여러 가지 끔찍한 착취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지구의 약탈자로부터, 사람과 짐승을 노예로 만드는 것으로 부터 전쟁을 일으켜 사람을 죽이고, 먹기 위해 짐승을 죽이는 것으로부터 말이다.

 

우리는 생산하지 않는 사람들이 이익과 불로 소득을 축적하는 데 반대했다. 우리는 땀 흘려 일해서 먹고 살고자 했다. 하지만 여가와 휴식을 갖는 즐거움을 빼놓을 수 없었다. 삶이 틀에 갇히고 강제되는 것 대신 삶이 존중되는 모습을 추구하고 싶었다. 잉여가 생겨 착위하는 일이 없이 필요한 만큼만 이루어지는 경제를 원했다. 다양함과 복잡함, 혼란 따위 말고 단순함을 추구하고자 했다. 병처럼 미친 듯이 서두르고 속도를 내는 것에서 벗어나 평온한 속도로 나아가고 싶었다. 물음을 던지고, 곰곰이 생각하고, 깊이 들여다볼 시가이 필요했다. 걱정과 두려움, 증오가 차지했던 자리에 평정과 뚜렷한 목표, 화해를 심고 싶었다. 

 

스무 해의 체험 속에서 이 가운데 어떤 것은 만족스러웠지만 어떤 것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를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하나, 쓸모 없고 거칠기만 하던 산골짝의 땅뙈기를 개간해 기름진 밭으로 가꾸어 풍성하게 거두었다. 좋은 채소, 과일, 꽃이 다 거기서 났다.

 

둘, 집짐승이나 집짐승의 똥오줌, 화학 비료를 전혀 쓰지 않고도 농사일을 만족스럽게 해냈다.

 

셋, 몸을 누이고 쉴 집을 손수 지었고, 아무에게도 빚지지 않고 살았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을 만큼의 잉여 농산물도 있었다. 우리가 쓴 것들 가운데 4분의 3은 우리가 스스로 담 흘려서 얻은 열매들이었다. 이처럼 우리는 노동 시간으로부터 독립해 갔고, 생필품도 거의 시장에 의존하지 않았다. 한 마디로 우리는 불황이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그리하여 미국 경제가 점점 해체되어 가는 가운데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경제 단위였다.

 

넷, 작은 사업을 시작하여 임금이 나올 만큼 제법 훌륭하게 꾸렸다.

 

다섯, 스무 해 동안 전혀 의사를 만나거나 찾아깆 않았을 만큼 건강을 지켰다.

 

여섯, 도시의 삶이 요구하는 복잡함 대신에 몹시 단순한 생활 양식이 자리잡았다.

 

일곱, 해마다 먹고 살기 위해 일하는 시간을 여섯 달로 줄이고 나머지 여섯 달은 여가 시간으로 정했다. 여가는 연구, 여행, 글쓰기, 대화, 가르치기 들로 보냈다.

 

여덟, 우리 집은 늘 열려 있어서 누구나 찾아와 함께 먹고 잘 수 있었다. 사람들은 며칠 동안 묵기도 했고, 몇 주 또는 그보다 더 오래 머물기도 했다.

 

우리는 삶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해결이라니 어림도 없는 말이다. 하지만 오랜 세월을 경험하고 보니 분명하게 드는 생각이 있다. 활기차고 힘이 넘치며, 목표 의식과 상상력과 결단력을 갖춘 보통의 집이라면, 경쟁을 일삼고 탐욕스러우며 남의 것을 빼앗는 문화의 멍에를 언제까지나 지고 있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자경단이나 경찰의 간섭만 없다면, 그 집은 자연과 더불어 살림을 꾸려 갈 수 있다. 능률을 잃지 않고 오히려 높여 가면서 여가도 누릴 수 있다. 그리고 여가 시간은 세계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일하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

 

버몬트를 찾아온 수많은 친구들이나 아는 사람들, 또 낯선 이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계획을 진행하는 것을 보고 무척 감명을 받았다. 그리고 자기들도 그 비슷한 일을 시작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어떤 이들은 우리와 함께 토론을 했고, 버몬트 얘기만 들었지 눈으로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은 편지를 보내 왔다. 잡지 너덧 군데에서 우리가 사는 이야기를 기사로 싣자 사람들의 관심이 더 높아졌다. 우리의 현금 수입원이었던 단풍 설탕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그 진행 과정을 정리한 <단풍 설탕 이야기 The Maple Sugar Book>가 1950년에 출판된 것도 사람들의 눈과 귀를 끌었다. 단풍 시럽과 단풍 설탕을 생산한 것은 우리가 한 실험 과정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었다. 우리 실험에는 그보다 더 중요한 일들이 많았다. 지금 이 책은 전체 버몬트 사업에 대한 보고서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단풍 설탕 얘기는 자세하게 하지 않고 우리가 해 온 일 전체를 적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전혀 경험이 없는 초보자라도 우리가 그랬듯이 건강을 지키고 해롭지 않으며 자기를 잃지 않는 경제를 일궈 나가기 바란다. 조화로운 삶을 꿈만 꾸는 데 머물지 않고 그 굼을 실현하고자 간절히 바라는 살마들에게는 이 책과 같은 길잡이가 필요하다. 이런 사람들이 용기를 내서 우리처럼 모험을 시작하게 된다면 좋겠다. 우리가 그랬듯이 그 모험을 즐거워하고 거기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면 좋겠다.

 

1954년 

헬렌 니어링과 스코트 니어링

머리말 ·시골로 가니 희망이 있었다

조화로운 삶을 찾아서
삶의 원칙
집을 짓다
농사짓기
무엇을 먹을 것인가
살림 꾸리기
함께 사는 사람들
버몬트에서 이룬 것과 이루지 못한 것
헬렌 니어링의 말 ·조화로운 삶을 찾는 이들에게

옮긴이의 말 ·아름다운 두 영혼의 삶의 기록

미리보기 준비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