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겨레의 지혜가 담긴 ‘옛 치료법’
민족의학연구원에서 엮어 낸 《약 안 쓰고 병 고치기》는 북녘에서 나온 《토법의 림상응용》(과학백과사전종합출판사, 1990)을 바탕으로 겨레의 전통적 질병 치료법인 ‘민간요법’을 소개한 책이다. 옛날 사람들은 몸이 아프면 병원이나 약국에 가지 않고 조상 대대로 전해져 내려온 민간요법으로 질병을 다스렸다. 어떤 이는 ‘그야 당연히 옛날이니까’라고 반응할지도 모르겠다. 흔한 생각으로 민간요법은 현대적인 의료 혜택을 볼 수 없었던 과거 사회의 낙후한 이야기거나, 가난하고 불우한 사람들 사정으로 여겨진다. 게다가 지금 북녘에서 널리 쓰이는 질병 치료법이라고 하면 으레 의약품이 모자란 북한의 열악한 상황을 반증하는 게 아니냐며 한심하게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건강을 지키고 질병을 다스린다는 것은 진정 무엇을 뜻하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생명의 참모습을 무시한 채 상공업적 논리를 맹종하거나, 과학기술을 맹신해 온 인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지금 인류는 더 이상 물러날 데 없는 벼랑 끝에 몰려 있다. 요즘 지식인들이 흔히 생태계의 위기를 말하지만, 사실 이 문제는 학술적인 것이 아니라 생존에 관한 절박한 문제이다. 이 책에 담긴 ‘옛 치료법’(전통 민간요법)은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담겨 있다. 우리는 병원과 약국을 흔히 출입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약품 오남용을 저지른다. 효과 빠른 약이나 수술에 기대지 않으면 안 되는 질병도 있지만, 문제는 모든 질병에 부작용 많은 약품을 너무도 쉽게 쓰는 의료 불감증이 아닐까. 그것이 병을 빨리 고치고 건강을 쉽게 회복시켜 주는 것 같지만, 실상 그렇지 않다. 인류를 포함한 모든 생명이 자연의 일부라는 것은 평범하지만 깊이 새겨야 할 진리이다. 자연의 모든 생명체는 스스로 자생력이 있고, 질병을 치유하는 능력이 있다. 이 책의 미덕은 그런 생명의 고유한 능력을 중시한다는 점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옛 치료법에는 자연계의 에너지를 그대로 이용하는 방법도 있고, 몸을 자극하여 기운을 북돋는 방법도 있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약간의 수고를 더하여 자연 에너지를 직접 이용하거나, 몸의 혈 자리를 자극하여 부작용 없이 ‘자연스럽게’ 건강을 회복하는 방법이 들어 있다. 또 ‘약초’나 ‘한약재’가 아니더라도 자연계 여러 식물을 사용하는 방법도 적잖이 나온다. 그 밖에도 진흙(감탕), 온천, 바닷물, 햇빛, 공기와 같은 여러 자연물을 두루 쓰면서 산책이나 운동을 겸하면 더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설명도 곳곳에서 눈에 띤다.
○ ‘민족의학연구원’ 소개
요즘 ‘슬로푸드’나 ‘로컬푸드’가 유행하고 있다. 이러한 ‘착한 먹을거리’는 사람에게만 좋은 게 아니라 생태계를 지키고 가꾸는 데에도 좋다. 이런 생각과 행동이 새로운 문명과 살림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듯이 건강을 지키고 병을 치료하는 것도 자연의 순리와 생명의 본성을 따라야 한다. 이것이 재단법인 민족의학연구원의 생각이다. 패스트푸드와 같은 잘못된 먹을거리의 폐단을 아는 사람들은 시간과 정성을 들여 ‘착한’ 농사를 짓고 제대로 된 밥을 먹으려고 애쓴다. 마찬가지로 약품 남용에 찌든 의료 현실을 넘어서 전통의학을 바탕으로 생명의 뜻을 실현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민족의학연구원은 그렇게 농사와 의료를 하나로 아울러 땅과 자연을 살리고, 사람과 모든 생명을 살리고자 설립되었다. 민족의학연구원을 설립한 윤구병(농부)씨는 <약손문고>를 기획하기 오래 전부터 남녘과 북녘, 도시와 농촌, 중산층과 빈민, 사무직과 생산직의 ‘벽’을 허물고 겨레 모두가 건강하고 생태적인 살림살이를 지킬 수 있도록 실천하려는 뜻을 세웠다. 그가 정년이 보장된 대학교수직을 그만두고, 전라북도 변산반도에 공동체를 세우고 농사꾼이 된 것은 15년 전이다. 2007년 그는 오랜 준비 끝에 재단법인 민족의학연구원을 세우고, 농사와 의료를 결합하기 시작하였다. 민족의학연구원이 직영하는 ‘문턱 없는 밥집’은 도시 사람들도 유기농 ‘착한 밥’을 먹어야 한다는 뜻을 담았다. 이와 함께 유기농산품, 유기농 차와 술, 공정무역 제품, 시민들이 기증한 옷을 ‘리폼’하여 저렴하게 판매하는 ‘기분 좋은 가게’도 열었다. 그 밖에도 민족의학연구원은 마포 주민들을 대상으로 뜻을 함께 하는 한의사들과 함께 무료 검진과 건강 강좌를 해마다 열고 있다. 민족의학연구원 김교빈 원장(호서대 교수)은 “민족의학연구원은 변산공동체, 보리출판사와 손잡고 우리 겨레의 생태적 살림 운동을 벌여 나가면서, 민족의학을 결집하고 겨레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도서를 앞으로 계속 출간할 예정입니다. 약손문고, 동의본초도감 전집, 민족의학 총서, 겨레 살림 총서가 그것입니다. 이번에 낸 <약손문고>는 그 첫 걸음을 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약손문고를 펴내며 - 어머니 손길 같은 마음으로
일러두기
머리말 - 약 안 쓰고 병 고치기
옛 치료법 - 우리 겨레는 어떻게 몸을 다스려 왔을까
부위별 혈자리 - 혈자리 찾아보기
머리와 목
결막염/난청 및 귀울림/다래끼/머리가 아플 때/머리와 눈이 피로할 때/멀미가 날 때/목이 아플 때/비염/어지러울 때/얼굴 신경 마비/이가 아플 때/인후염/잇몸 염증/중이염/축농증/코 막힘/탈모증/편도염
가슴과 배
가슴이 두근거릴 때/가슴이 쓰릴 때/가슴이 아플 때/갈비뼈 사이 신경통/게울 때/급성 위염/기침을 할 때/담낭염/딸꾹질을 할 때/만성 간염/만성 기관지염/만성 위염/만성 장염/배가 아플 때/변비가 있을 때/설사를 할 때/숨이 가쁠 때/심장 신경증/위경련/젖앓이/천식/헛배가 부를 때
허리와 엉덩이
앉음뼈 신경통/치질/탈항/허리가 아플 때
팔다리와 손발
동상/무좀/발이 무겁거나 화끈거릴 때/발이 찰 때/생인손/손발이 저릴 때/암내/어깨가 아플 때/어깨 뼈마디 둘레 염증/접질림
온몸
경련이 일어날 때/냉병/열이 날 때/타박상 및 후유증
살갗
가려움증/농가진/두드러기/뾰루지 및 뾰루지 몰림/사마귀/살갗 트기/습진/신경성 피부염/티눈/화상
비뇨기와 생식기
급성 콩팥염/대하/만성 방광염/만성 콩팥염/발기부전/불임증/야뇨증/오줌이 안 나올 때/월경통/음부 가려움증/입덧/정액이 샐 때/질염
복합 병증
감기/갱년기 장애/고혈압/구루병/당뇨병/소아마비 후유증/신경 쇠약증/잠을 못 잘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