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 숟가락에 기대어

무선 | 130x208mm mm | 156 쪽 | ISBN 9788984287563

《밥 한 숟가락에 기대어》는 농부시인 서정홍이 황매산 기슭 산골 마을에서 농사지으며 쓴 75편의 시를 모은 시집이다. 땅을 일구며 자연의 한 부분으로 살아가는 시인과 시인의 식구들, 산골 마을 사람들, 일하는 사람들의 삶이 진솔하게 담겨 있다. 외국 농산물을 우리 밥상에 올리고 사람보다 물질을 귀하게 여기는 세태를 꼬집고, 아무렇지 않게 먹거나 쓰고 버리는 것에 경각심을 일깨우기도 한다. 생태적인 삶을 추구하는 시인의 모습이 시마다 소박하고 정겹게 그려진다.
  우리 산천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 온 최수연 작가의 사진을 넣어서 볼거리를 풍성하게 하였다.

청소년~어른

펴낸날 2012-07-19 | 1판 | 글 서정홍 | 사진 최수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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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를 지으며 얻은 진리를 시로 노래하다


밥 한 숟가락 / 목으로 넘기지 못하고 / 사흘 밤낮을 / 꼼짝 못하고 끙끙 앓고는 / 그제야 알았습니다. / 밥 한 숟가락에 기대어 / 여태 / 살아왔다는 것을.  ― ‘밥 한 숟가락에 기대어’ 시 전문(92쪽)


1995년 《58년 개띠》시집을 낸 삼십 대인 그때와 오십 대인 지금, 생각과 삶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때는 노동자로 살면서 시를 썼지만, 지금은 농부로 살면서 시를 씁니다. 여태 사랍답게 사는 길을 찾으려고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었습니다. 그 길이 내 마음속에 있다는 것을 티끌만큼 깨닫는 데도 어언 오십사 년이 지나갔습니다. 가장 단순하고 평범한 곳에 가장 깊은 진리가 있다는 것조차 여태 모르고 살았습니다.  

 ― ‘외로움에 지친 벗들에게’에서, 서정홍(148~150쪽 발췌)


농부가 아니었다면 자기 몸과 삶을 지탱해 준 근원이 밥 한 숟가락에 있다는 진리를 어떻게 깨달을 수 있었을까? 가장 깊은 진리가 단순하고 평범한 곳에 있다는 이 깨달음은, 서정홍 자신과 둘레 사람들의 삶을 바탕으로 하여 쓴 시 곳곳에 드러난다. 산골 어른들과 나누는 대화나 아내가 하는 말에서도 우리는 쉽게 진리를 발견하게 되며, ‘아, 그렇구나.’ 하며 손뼉 치게 된다. 이웃과 자연의 품속에서 매양 고마워하며 살아가는 시인의 소박한 삶이 깊은 울림을 준다.



요란하고 혼탁한 세상에 바치는 소박한 밥상


내 손으로 / 농사지은 쌀로 / 정성껏 밥을 지어 / 천천히 씹어 먹으면 / 나는 절로 착해진다. 

― ‘내가 가장 착해질 때’ 시 전문(88쪽)


¶ 산골 마을에서 농사를 지으며 시를 쓰는 시인을 떠올린다. 그의 소박한 밥상을 생각한다. 세상의 음식들은 얼마나 번쩍거리고 요란한가. 화려한 기교로 기름칠을 한 밥상들이 매스컴에 오르내리고 거짓을 포장하여 진실인 양 퍼트리며 세상을 혼탁하게 만들고 있다. 서정홍 시인의 시를 읽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소박한 밥상을 먹고 사는 사람만이 이런 시를 쓸 수 있다고. 기름기 가득한 밥상을 찾으며 아랫배가 불룩하게 튀어나온 시인들은 절대로 쓸 수 없는 시라고.   ― ‘겸손하고 순정하여라, 그대의 밥상이여’에서, 박남준(153쪽 발췌)


박남준 시인이 서정홍의 시를 읽고 ‘소박한 밥상을 먹고 사는 사람만이 이런 시를 쓸 수 있다고’ 한 말처럼, 그이의 시는 겸손하고 순정하다. 서정홍은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며 쓰지도 않고 화려한 수사로 시를 장식하지도 않는다. 나와 내 이웃의 삶을 있는 그대로 쓴다. 그 안에는 생명과 자연을 대하는 시인의 철학이 꾸밈없이 녹아 있다. 똥오줌 거름을 먹고 자란 우리 쌀로 지은 밥에다 텃밭에서 바로 딴 채소를 올린 소박한 밥상처럼, 서정홍의 시는 읽을수록 우리 몸과 정신을 맑고 건강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시를 통해 본 산골 마을의 정경


《밥 한 숟가락에 기대어》는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한데 어울려 살아가는 산골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여섯 살 때부터 산길을 한 시간 남짓 걸어서 놀러오는 구륜이, 산밭에 이름을 지어 주러 간다는 순동이 할아버지, 군대에서 너무 많이 맞아서 제대하자마자 농사를 배우겠다고 시인을 찾아온 현수 등 산골에 사는 여러 이웃들을 만날 수 있다. 2부는 가난하지만 서로 나누고 배려하는 식구들 이야기이다. 일 년도 안 된 작은 나무 앞에 서 있어도 저절로 머리가 숙여진다는 시인의 아내, 밥만 먹으면 아무리 힘든 일도 다 헤쳐 나갈 수 있다고 하신 외할머니, 형편이 조금 나은 동생이 형에게 용돈을 주는 마음도 만날 수 있다. 3부는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위로와 시인이 살아오며 얻은 깨달음들로 엮었고, 4부는 삶과 죽음에 대해 깊어진 생각들로 엮었다. 방부제와 유전자조작사료의 남용, 풍년이 들어도 마음 편치 못한 농촌 현실에 대한 걱정, 사람보다 물질을 귀하게 여기는 세상을 향한 날카로운 꾸짖음도 만날 수 있다.



팍팍한 일상에 숨표를 찍어줄 시와 사진들


서정홍의 따뜻한 시들이 아름다운 자연과 농촌 생활을 담은 최수연의 사진을 만나 시와 사진을 함께 보는 즐거움을 더했다. 《밥 한 숟가락에 기대어》를 읽다 보면 고향 산천에서 서로 부딪으며 살아가는 이웃들을 내 이웃처럼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외로움에 지친 이들과, 도시에서 바삐 생활하면서 한번쯤 고향집이나 귀농을 떠올려 본 이들에게 추천한다. 청소년들에게 정서를 풍부하게 하고 자연과 이웃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을 길러주고자 할 때에도 이 시집이 도움이 될 것이다. 서정홍의 시가 기꺼이 독자의 벗이 되어 줄 것이며, 앞만 보고 쫓느라 팍팍해진 일상에 숨표 역할을 해줄 것이다.




서정홍과 함께하는 막걸리 잔치

 <밥 한 숟가락에 기대어> 출간을 기념하여 서정홍 시인과 함께 막걸리 상에 둘러앉아 시와 녹색 삶을 나눌 수 있는 잔치를 마련했다. 참여방법은 알라딘과 보리 누리집과 페이스북 등에서 공지된다.

  2012년 8월 24일(금) 오후 7시  |  장소 문턱없는밥집 2층(합정역 1번 출구)





◈  작가 소개

     서정홍 시

     사람은 모름지기 자연 속에서 자연을 따라 자연의 한 부분으로 살아가는 것이 가장 좋은 삶이란 걸 깨닫고 농부가 되었습니다. 땀 흘려 일하는 사람이 글을 써야 세상이 참되게 바뀐다고 믿으며 글쓰기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펴낸 책으로는 시집 《58년 개띠》《아내에게 미안하다》《내가 가장 착해질 때》, 동시집 《윗몸일으키기》《우리 집 밥상》《닳지 않는 손》, 자녀 교육 이야기 《아무리 바빠도 아버지 노릇은 해야지요》, 산문집 《농부 시인의 행복론》《부끄럽지 않은 밥상》들이 있습니다. 황매산 기슭에 ‘열매지기공동체’와 ‘강아지똥학교’를 열어 이웃과 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깨달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최수연 사진   

     사진으로 밥벌이하면서 우리 땅에서 나고 자라는 생명체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생명의 근원에 대한 고민을 사진에 담아내려고 합니다. 펴낸 책으로는 《소》《논 - 밥 한 그릇의 시원》이 있습니다. 월간 <전원생활>의 사진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시 맛보기


이름 짓기



“순동 어르신,

이른 아침부터 어디 가세요?”


“산밭에 이름 지어 주러 간다네.”


“산밭에 이름을 짓다니요?”


“이 사람아, 빈 땅에

배추 심으면 배추밭이고

무 심으면 무밭이지.

이름이 따로 있나.”






아내는 언제나 한 수 위



영암사 들머리

신령스런 기운이 돈다는

육백 년 넘은 느티나무 밑에서


아내한테 말했습니다.


“여보, 이렇게 큰 나무 앞에 서면

저절로 머리가 숙여져요.”


아내가 말했습니다.


“여보, 나는 일 년도 안 된

작은 나무 앞에 서 있어도 

저절로 머리가 숙여져요.”

고백록



늙을수록 


지은 죄가 많아


하품을 해도


눈물이 나옵니다.


1부 이름 짓기

첫눈 / 봄이 오면 / 한데 어울려 / 여름날 / 이름 짓기 / 해는 꼴까닥 넘어가고 / 별거 아닌 소원
피는 뽑아서 무엇하랴 / 개망초와 나팔꽃 / 다시 논밭으로 / 하도 불쌍하여 / 듣고 보니 맞는 말이네
단 한마디 / 돌잔치 / 겨울 아침

 

2부 아내는 언제나 한 수 위

편지 한 장 / 형제 / 아내는 언제나 한 수 위 / 빌려서, 빌려 준 돈 때문에 / 울보 아내는 / 농부답게
겨울 문턱에서 / 아버지와 아들 사이 / 천생연분 / 내가 본 아내 손금 / 모르는 사이에 / 한식구 / 유월
그 짧은 시간에 / 사람을 살리는 일인데 / 사랑 뭉팅이 / 밥 문나 / 할아버지 넋두리 / 밤사이에

 

3부  밥 한 숟가락에 기대어

상남동에서 만난 하느님 / 어디선가 / 큰스님과 행자 / 겨울밤 / 귀한 스승 / 내가 가장 착해질 때 / 자격증
밥 한 숟가락에 기대어 / 들녘을 걷다가 / 나를 두고 온 자리 / 스승과 제자 / 안주와 술맛 / 봄날은 간다
후유, 꿈이었구나 / 맞는 말이면 손뼉을 / 농사 시계 / 차이 / 그런데 / 풍경1 / 풍경2 / 그리운 사람 / 훨훨

 

4부  못난이 철학

어찌하랴 / 나도 저렇게 / 늦가을 밤에 / 보는 눈에 따라 / 나와 함께 모든 것이 / 무덤가에 누우면
똑같은 목숨인데 / 슬픈 아침 / 고백록 / 고맙다 / 시인에게 / 못난이 철학 / 종이 잔을 버리다가 / 머지않아
공원묘지 가는 길 / 나이 예순이 되면 / 약속 / 문득문득 / 하루

 

시인의 말) 외로움에 지친 벗들에게
추천하는 말) 겸손하고 순정하여라, 그대의 밥상이여 - 박남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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