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네 살림살이를 하나하나 보여 줄 참입니다
우리 겨레는 오랫동안 들과 산과 바다에서 양식을 얻고, 관계 맺으며 살아왔습니다. 우리가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연이 베풀어 주는 여러 혜택을 제대로 누리면서 자연과 함께 살아가야 합니다. 따라서 '들살림', '산살림', '갯살림'을 잘 해야 합니다. 이 세 가지 기본이 되는 살림살이가 튼튼해야 오래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린이 들살림 그림책과 어린이 갯살림 그림책, 곧 나올 어린이 산살림 그림책 시리즈는 모두 어린이들이 이러한 기본 살림에 대해 올바르게 배울 수 있도록 기획했습니다.
어린이 들살림 그림책은, 오랜 옛날부터 농사를 짓고 살아왔던 우리네 살림살이를 하나하나 보여 줄 참입니다. 지난 해에 나온 어린이 들살림 그림책 첫째 권 《고구마는 맛있어》에 이어 이번에는 두 번째 권으로 《들나물 하러 가자》를 냈습니다. 우리가 먹고사는 데 가장 기본이 되는 들살림에 대해서 우리 아이들에게 일러 주고 싶습니다.
우리 땅에 나는 흔하고도 맛있는 들나물 마흔한 가지를 실었습니다
오 래 전부터 농사를 짓고 살아온 우리 겨레에게 '들'은 가장 중요한 터전이었습니다. 논밭에서 저절로 나는 들나물은 봄이면 입맛을 돋워 주고, 양식이 모자랄 때는 나물밥을 해서 끼니를 이을 만큼 중요한 먹을 거리였습니다. 이 책은 어린이 들살림1《고구마는 맛있어》에 이어서 나온 어린이 들살림 시리즈 둘째 권입니다.
《들나물 하러 가자》에는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먹고 살았고 또 지금도 우리 밥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들나물들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 바로 앞 세대 어른들에게 들나물은 보릿고개를 넘기는 먹을거리 가운데 하나였고, 또 긴긴 겨울 동안 부족했던 비타민이나 섬유소와 같은 영양소를 보충해 주는 먹을거리이기도 했습니다.
이 책에는 모두 마흔한 가지 나물이 나옵니다. 달래랑 냉이랑 씀바귀처럼 흔히 먹는 봄나물도 있고, '지느러미엉겅퀴', '짚신나물', '소리쟁이', '무릇'처럼 이름만 들어서는 조금 낯선 나물도 있습니다. 그러나 들에 나가면 모두 흔하게 볼 수 있는 것들입니다.
우리 땅에서 나는 흔하고도 맛있는 들나물을 우리 아이들에게 일러 주고 싶습니다.
나물 이름들을 우리 가락에 얹어 놓았습니다
우 리 할머니 할아버지는 들에서 나물을 캐면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나물의 이름과 풀이글에 그 민요 가락을 잘 살려 썼습니다. 나물 이름을 표제어로 할 때 '떡쑥' 하지 않고 '떡 해 먹자 떡쑥' 이라고 했습니다. '뜯어도 뜯어도 돌나물' '쓰다 쓰다 씀바귀' '이 논 저 논 황새냉이' '쑥쑥뽑아 냉이' '소가 뜯어 쇠뜨기' 처럼 아이들이 쉽게 친해질 수 있도록 나물이 지닌 뚜렷한 특징을 찾아 내서 노래말처럼 나물에 이름을 붙였습니다. 나물 한 항목의 풀이말이 한 편의 시이고 노래입니다.
들에 자라는 거의 모든 풀들이 먹을거리입니다
우 리 아이들은 나물은 그저 시장에서 사 먹는 것으로만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들판에서 흔하게 보는 풀들도 실은 제때에 정갈하게 거두어 손질하면 모두 먹을 수 있는 것들입니다. 책을 만들면서 5월 단오 이전까지 염소가 뜯어 먹는 나물은 모두 사람이 먹어도 아무 탈이 없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단오 전엔 뭐든지 맛있어. 나물 무쳐 놔도 맛있고. 요즘은 맛있는 기 없어. 요즘엔 약을 친 거 먹으니 병이 많지." 하는 말씀도 들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맛있게 먹을 수 있는지를 잘 알려 줍니다
이 책에는 아이들이 들에 나가서 책을 보고 나물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하나하나 취재해서 그려 놓고 개체마다 이름을 캡션으로 달아 놓았습니다. 또 나물이 자라는 곳과 생김새, 먹는 부위나 먹는 법들을 쉽게 풀어 놓았습니다. '꽃다지'나 '지칭개'는 눈이 채 녹기도 전에 푸르게 돋아납니다. 봄나물로 가장 흔하게 먹는 냉이도 눈이 녹고 파릇파릇하게 자랐을 때가 가장 맛있습니다. 겨우내 묵은 것을 먹다가 갓 돋아난 푸른 나물을 캐 먹으면 입맛이 살아나지요. '쑥' 은 떡도 해 먹고 쑥버무리도 쪄 먹고 약으로도 씁니다. '고들빼기' 는 김치를 담가서 오래 두고 먹지요. '씀바귀'는 데쳐서 물에 담가 두어야 쓴맛이 빠집니다. '원추리'는 조금 새콤하지요. 된장국에 넣어서 많이 먹는 '달래' 는 매콤하면서 향긋하지요. '무릇'은 엿처럼 푹 고아서 먹으면 단맛이 납니다. '애기똥풀' 은 독이 있어서 쑥을 뜯을 때 섞이지 않게 조심해야 합니다. '왕고들빼기'는 줄기를 자르면 쓴맛이 나는 흰 즙이 나오는데 이 즙이 새똥같다고 '새똥'이라고도 합니다. 토끼도 왕고들빼기 잎을 좋아하지요.
이처럼 이름 모를 풀이라는 모든 생명체 하나하나에는 이름이 있고 오랜 세월 어른들이 먹고 살면서 터득한 정보와 지혜가 담겨 있습니다.
들에서 나물 하며 만들었습니다
전라 북도 변산, 강원도 원주, 충청 북도 제천을 두루 다니면서 꼼꼼히 취재를 했습니다. 들에서 직접 나물 하며 만들었습니다. 또 어떤 나물을 어떻게 해 먹었는지는 할머니 할아버지께 하나하나 여쭈었습니다. '뺍장우'나 '국수댕이', '새똥' 이나 '시금' 처럼 도감에는 나오지 않는 이름들도 듣게 되었지요.
《들나물 하러 가자》에는 이른 봄부터 들이나 밭, 냇가에서 자라는 온갖 나물들이 나옵니다. 나물뿐만 아니라 벌, 나비, 등에, 노린재, 풍뎅이처럼 봄에 흔히 볼 수 있는 곤충들도 장면마다 어우러져 나옵니다. '머위'나 '쇠뜨기'처럼 어릴 때 모습과 다 자란 모습이 많이 다른 것은, 자라는 모습을 싣고 나물을 많이 캘 무렵의 모습이 나오는 쪽에 설명글을 달았습니다. 또 많이 먹으면 탈이 나는 나물은 어떤 것인지, 짐승이 좋아하는 나물은 어떤 것인지도 함께 실었습니다.
책장을 한 장씩 넘기다 보면 눈이 녹고 움이 돋는 봄 들판부터 한창 봄기운이 무르익은 봄 들판까지 나타납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물이 자라는 모습과 봄 들판의 모습을 총체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 《들나물 하러 가자》에서 볼 수 있는 나물 41가지
갈 퀴나물, 갈퀴덩굴, 개망초, 고들빼기,고마리, 꽃다지, 꽃마리, 냉이, 달래, 달맞이꽃, 돌나물, 떡쑥, 말냉이, 망초, 머위, 무릇, 미나리, 민들레, 뱀딸기, 뱀밥, 벌씀바귀, 벼룩이자리, 벌꽃나물, 소리쟁이, 쇠뜨기, 수영, 쑥, 씀바귀, 애기똥풀, 양지꽃, 왕고들빼기, 원추리, 장대나물, 점나도나물, 제비꽃, 지느러미엉겅퀴, 지칭개, 질경이, 짚신나물, 호제비꽃, 황새냉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