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할머니와 콩밭 쥐가 들려주는 재미있는 콩 이야기
〈어린이 들살림〉 일곱 번째 그림책 《다 콩이야》는 콩 할머니와 콩밭 쥐가 들려주는 맛있는 콩 이야기입니다. 콩은 저마다 이름도 다르고 생김새도 다르고 쓰임새도 달라요.
‘검 다고 검정콩, 푸르다고 푸른콩, 누렇다고 누런콩, 쥐 눈같이 새까만 쥐눈이콩, 메주 쑤는 메주콩, 밥에 넣는 밥밑콩, 콩나물 내는 나물콩, 땅 속에서 나는 땅콩, 푸르스름한 녹두, 불그죽죽한 팥, 큼직큼직한 작두콩, 삐죽삐죽한 까치콩, 알록달록한 강낭콩, 어금늬 같은 동부, 푸릇푸릇한 완두.’ 이게 다 콩이에요.
콩 좋아해요? 잘 안 먹는다구요? 콩은 맛도 좋고 밭에 나는 고기라고 할 만큼 몸에도 좋아요. 콩을 많이 먹으면 잔병치레도 덜하고 뼈도 튼튼해지고 키도 쑥쑥 자라요. 콩은 벼나 보리만큼 소중한 먹을거리에요.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콩을 즐겨 먹었어요. 콩은 우리 나라에서 가장 먼저 길러 먹었다고 해요. 우리가 지금 먹는 콩은 몇천 년 전부터 들에서 저절로 난 콩알을 밭에서 잘 가꾼 거예요. 콩은 사람도 좋아하고, 새도 좋아하고, 짐승도 좋아해요. 그래서 세 알 씩 심었다는 말도 있지요.
우리는 거의 날마다 콩을 먹어요. 된장찌개나 두부전, 콩나물무침은 모두 콩으로 만든 음식이랍니다. 예전부터 집집마다 밭두렁이나 논두렁에서 콩을 길러 먹었어요. 콩밭 보며 자란 아이들은 콩 익는 날만 기다리죠. 노릇노릇 콩이 익으면 입이 새까매지도록 콩을 구워먹을 수 있으니까요. 또 가마솥에 콩 삶는 냄새를 맡고 있으면 얼마나 고소한지 침이 꿀떡꿀떡 넘어가지요.
한 해 지은 콩 농사를 쉽게 볼 수 있어요.
콩 할머니와 들쥐가 나눈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어느 새 한 해 콩 농사를 다 지은 기분이에요. 그 뿐만이 아니에요. 콩 할머니가 지은 콩 농사를 보면서 콩의 한살이를 쉽게 알 수 있어요.
콩 은 땅을 잘 안 가려서 어디서나 잘 자라요. 호미를 파고 서너 알씩 콩을 심지요. 멧비둘기나 꿩이 떡잎을 쪼아 먹으니까 잘 살펴야 해요. 여름에 잎겨드랑이에서 나비 같은 콩 꽃이 피고 나면 푸른 꼬투리가 열려요. 바로 이 안에 콩이 오글오글 모여서 가을이 될 때까지 잘 여무는 거예요. 첫서리가 내리면 콩이 누렇게 익어요. 콩을 거두어서 몽둥이로 콩대를 탁탁 털어요. 잘 말린 콩은 메주도 만들고, 남은 콩짚은 푹푹 삶아서 소여물도 주지요. 추운 겨울엔 봄에 심을 콩들을 고르면서 겨울을 난답니다.
옛이야기를 듣듯이 술술 넘어가요
《다 콩이야》를 읽고 있으면 옛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재미있는 콩 이야기가 술술 넘어간답니다. 콩 할머니와 들쥐가 주고받는 말을 리듬감 있는 글맛으로 잘 살려냈어요.
산 좋고 물 맑은 콩 할머니네 콩밭에 째재불 말 많은 들쥐가 놀러왔어요. 들쥐는 날마다 쫄래쫄래 할머니를 따라다니면서 “할머니, 할머니 뭐해요?” 하고 물어요. 할머니는 봄볕에 민들레 꽃망울이 봉긋 부풀면 ‘호르르 콩 딱’ 콩을 볶구요, 감꽃이 떨어지는 늦봄에는 논두렁에, 울타리 밑에 콩도 심어요.
콩 싹이 나면 삐죽빼죽 난 풀도 뽑아 주고 “콩밭에는 콩잎이 콜콜, 깨밭에는 깻잎이 깰깰, 솔밭에는 솔잎이 솔솔.”하며 노래도 부르지요. 또 오골도골 콩이 잘 여물라고 잎도 따 주고, 장맛비가 내리고 나면 엎어진 콩대도 묶어 주고, 밥에도 두어 먹고 떡에도 넣어 먹으려고 풋콩도 깐답니다.
“타닥타닥, 콩콩콩.” 콩이 여물면 할머니는 몽둥이로 누렇게 익은 콩대를 두드려요. 들쥐도 신이 나서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콩을 물고 날라요. 서리가 하얗게 내리면 할머니는 장 담그려고 푹푹 콩을 삶아요. 삶은 콩으로 메주를 빚어서 장을 담그지요.
콩으로 해 먹을 게 이렇게 많아?
가을 바람에 콩꼬투리가 터졌어요. 잘 익은 콩은 여기저기 쓸 데가 참 많아요.
콩 불려서 콩밥 지어야지, 맷돌에 갈아서 두부 만들어야지, 콩 삶아서 장 담가야지, 콩잎 따서 장아찌 담가야지, 시루에 콩나물 키워야지. 이렇게 콩으로 만든 먹을거리들이 많으니까 시골에서는 콩 먹고 산다고 해요. 그 뿐만이 아니에요. 고소한 콩밥에, 보글보글 구수한 청국장찌개에, 달콤 짭짜름한 콩자반과 향긋한 콩잎장아찌면 콩으로 만든 밥 한상이 뚝딱 차려져요. 추운 겨울날 먹는 팥죽도, 우유처럼 먹는 두유도 모두 콩으로 만든 먹을거리예요. 《다 콩이야》에는 콩으로 만든 먹을거리들을 다양하게 볼 수 있답니다.
가마솥에 푹푹 삶은 콩 냄새 맡아 봤어요? 메주 쑤는 날이면 아이들은 신이 나죠. 구수하게 삶은 콩을 먹을 수 있으니까요. 삶은 콩으로 메주를 빚어서 말려요. 항아리에 말린 메주를 넣고 소금물을 부어요. 가을볕에 한 달하고 열흘을 두었다가 메주는 건져서 된장을 만들구요, 남은 물은 팔팔 끓여서 간장을 만들어요. 《다 콩이야》에는 콩 할머니가 콩을 삶아서 메주를 빚고, 장을 담그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답니다.
콩밭에 사는 식구들도 찾아볼 수 있어요.
《다 콩이야》에는 콩밭에 있는 들풀들과 벌레들을 찾아볼 수 있는 재미도 숨겨 놓았어요. 화가 선생님이 작은 벌레와 들풀까지도 하나하나 자세하게 보고 재미있게 그려 주셨어요. 글에는 없지만 숨어 있는 이야기들이, 그림 속에 많이 담겨져 있답니다.
콩밭에는 알락수염노린재, 섬서구메뚜기, 곰개미, 개미허리노린재, 달팽이, 매미충, 땅강아지, 나비, 고추잠자리 같은 벌레들이 살구요. 강아지풀, 조뱅이, 개망초 같은 들풀들이 자라기도 해요. 또 봄에 피는 민들레, 개나리, 진달래, 제비꽃과 가을에 피는 국화, 수선화, 코스모스 같은 예쁜 들꽃들도 볼 수 있답니다.
그 뿐만이 아니에요. 콩 할머니와 같이 사는 식구들도 만날 수 있어요. 감나무 밑에서 쉬는 누런 소와 이리저리 돌아 다니는 닭과 병아리들이 모두 콩 할머니네 식구들이에요. 콩이 잘 여물어 가니까 어느 새 들쥐네 식구들도 늘어 있네요. 또 토끼, 호랑이, 멧돼지, 멧비둘기, 노루, 여우, 오소리, 꿩, 다람쥐, 너구리 같은 산짐승들도 콩 할머니네 콩밭을 몰래 찾아오기도 한답니다.
여기저기 콩밭을 뛰어다니며 만들었어요.
《다 콩이야》는 직접 발로 뛰며 콩밭을 취재해서 만든 책이에요. 화가와 편집자가 직접 콩밭에 나가서 같이 콩도 뽑고, 콩도 털면서 만들었어요. 서울 마포구 성미산 콩밭, 구로구 궁동 콩밭, 경기도 원당 콩밭, 강원도 원주 콩밭, 전라북도 익산 콩밭, 변산 콩밭을 다니면서 콩이 자라는 모습을 취재했어요.
화가 정지윤 선생님은 재미있는 동양화 기법으로 콩이 자라는 모습을 재미있고 알기 쉽게 그림으로 담아 주셨어요. 또 콩을 연구하는 두류연구실의 오영진 선생님 도움으로 콩의 성장 과정과 땅 속에서 자라는 콩의 모습을 보다 정확하게 담으려고 노력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