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 청소년 고전 ‘만남’ 시리즈 두 번째 책 《금오신화-청소년들아, 김시습을 만나자》가 출간됐다. 조선 전기를 살다 간 천재 문인이자 사상가 김시습. 그의 삶과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소설과 시, 정론, 서한문을 한 권에 담았다. 북녘 학자의 번역본을 바탕으로 현직 국어교사이자 시인인 이삼남 작가가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춰 다시 썼다. 《금오신화》를 통해 전국 팔도를 유람하며 만난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자연과 풍속, 현실과 운명 사이에서 고뇌하는 지식인의 모습, 백성들에 대한 애틋한 심정, 부조리한 사회를 향한 매서운 비판 의식을 두루 살필 수 있다.
청소년
펴낸날 2023-04-24 | | 글 김시습 | 그림 송만규 | 옮긴이 류수, 김주철
14,000원
12,600원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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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김시습의 삶과 작품 세계를 한 권으로 만나다
김시습은 평생 동안 수만 여 편의 시를 쓰고, 소설도 여러 편 썼다고 전해지지만 대부분의 작품을 스스로 없애버렸다. 《매월당집》에는 김시습이 평생 동안 끊임없이 썼던 시 가운데 2,200여 편이 지금까지 남아 있다. 보리 청소년 고전 ‘만남’ 시리즈 두 번째로 선보이는 《금오신화-청소년들아, 김시습을 만나자》는 《매월당집》과 《금오신화》 가운데 김시습의 문학을 대표할 만한 소설 5편, 시 17편, 정론 6편, 서한문 1편을 골라 실었다. 북녘 학자의 번역본을 바탕으로 현직 국어교사이자 시인인 이삼남 작가가 다시 쓴 《금오신화》는 문장을 쉽게 다듬어 청소년들이 읽는 데 힘이 들지 않는다. 원문 속 낯설고 긴 한시를 짧게 다듬고, 쉽게 풀어 썼다. 또 남녘에서는 잘 쓰지 않는 표현이지만 북녘에서는 흔히 쓰는 입말과 방언을 곳곳에 살려 두어 우리말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게 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우리 고전 깊이 읽기’를 더하여 김시습의 일생과 그의 소설, 시, 정론, 서한문에 대한 친절한 해설을 덧붙였다. 또한, 한국화가 송만규의 붓 끝에서 그려진 이야기 속 아름답고 기이한 장면들을 함께 담아 내용의 이해를 돕고 책 읽는 흥미를 돋우웠다.
《금오신화》 현실과 꿈,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다섯 편의 신비로운 이야기
1부에서는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 소설 《금오신화》에 실린 다섯 편의 한문 소설을 실어 청소년들이 읽기 쉽게 풀었다. 남원에 사는 양생이 만복사에서 부처와 윷놀이를 하고 소원대로 인연을 만난 ‘만복사 윷놀이(만복사저포기)’, 송도에 사는 젊은 선비 이생과 죽어서 혼령이 된 여인 최랑이 만남과 이별을 되풀이하는 ‘이생과 최랑(이생규장전)’, 개성의 상인 홍생이 달밤에 취해 부벽루에서 아리따운 여인 기씨녀와 함께 시를 주고받는 ‘부벽정의 달맞이(취유부벽정기)’, 유학에 뜻을 두고 열심히 공부하였으나 과거에는 합격하지 못한 박생이 남염부주에서 염마왕을 만나 세상일을 토론하는 ‘꿈에 본 남염부주(남염부주지)’, 문장에 능했으나 벼슬할 기회를 얻지 못한 선비 한생이 용궁을 두루 구경하고 글을 지어 준 ‘용궁의 상량 잔치(용궁부연록)’ 이렇게 기이하고 신비로운 이야기 다섯 편을 담았다.
이 이야기 속 남자 주인공들은 현실과 운명 사이에서 고뇌하던 김시습을 우의적으로 드러낸다. ‘꿈’이라는 장치를 통해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욕망을 실현하고, 김시습 자신이 하고 싶었던 말을 대신한 것이다.
땅 위의 자유인, 김시습의 절개를 느낄 수 있는 시와 정론
2부 ‘매화 그림자 달빛 아래 춤추네’에서는 김시습의 한시를 가려 뽑았다. 깁시습은 자신의 불우한 처지를 바탕으로 당대의 사회 현실을 때로는 사실적으로 때로는 풍자적으로 그려 냈다.
‘산골 집을 지나며’ ‘농민들이 토란국을 끓이다’ ‘산골 농사꾼’ ‘가뭄을 한탄하다’는 봉건 시대 농민들의 비참한 생활을 반영했다. 또한 ‘그놈이 그놈이다’ ‘쥐를 재판하노라’ ‘딱따구리’에서는 양반들을 교활한 짐승으로 묘사하면서 그들의 악독한 비행을 비판하고 폭로하며, ‘여강의 어부에게’ ‘가을 강’ ‘누에 치는 아낙네’ 들은 땀 흘리며 일하는 농민, 어부들의 생활 모습과 백성들을 향한 아련한 심정을 노래한다. 다음으로 ‘죽순 껍질로 신을 삼아 준 이에게 사례하여’ ‘백률계에 보내다’ ‘산골 개가 저물녘에 짖는다’ 같은 시에는 당대 풍속과 부패한 사회 풍조를 드러내며, 선량한 농민들의 일하는 모습을 통해 당시 경제생활을 짐작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부벽루’ ‘상원폭포’에는 아름다운 우리 자연에 대한 사랑과 긍지를 담았다.
또한 정론(이치에 맞는 의견이나 주장)과 서한문(편지글)을 담은 3부 ‘백성보다 더 귀한 것은 없나니’에서는 김시습의 삶과 사회 정치적 견해를 자세히 엿볼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시선으로 세상을 노래한 시와 인간적인 면모가 가장 잘 드러난 정론, 서한문을 통해 타락한 사회에 물들지 않고 자기 이상을 실현하려 노력한 인간 김시습의 굳은 절개를 엿볼 수 있다.
저자 소개
김시습 | 글
1435년에 태어나서 1493년까지 쉰아홉 해를 살았다.
다섯 살 때 세종에게 불려가 시를 쓸 정도로 총명했다. 스물한 살 때까지는 과거 공부에 힘썼다.
세조가 어린 단종의 왕위를 빼앗자 의롭지 못한 세상에 절망하고 벼슬길에 나아가려는 뜻을 접었다. 평안도, 강원도, 전라도, 경상도 전국을 누비며 방랑하던 김시습은 경주 금오산 기슭에 초막을 짓고 그곳에서 일생을 마치리라 결심했다. 이곳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 소설 《금오신화》를 썼다. 《금오신화》는 금오산에서 지은 새로운 이야기라는 뜻이다.
세조가 죽고 성종이 즉위하자 왕의 부름으로 서울까지 간 적이 있지만 벼슬에는 뜻이 없어 금오산으로 돌아왔다. 1478년 즈음에 세상에 나와 살았으나, 아내와 아들이 모두 죽자 충남 부여 무량사에서 삶을 마쳤다.
평생 동안 수만 여 편의 시를 썼고 2,200편의 시와 정치 견해를 밝힌 산문들이 《매월당집》에 실려 있다. 소설 ‘만복사 윷놀이’ ‘이생과 최랑’ ‘부벽정의 달맞이’ ‘꿈에 본 남염부주’ ‘용궁의 상량 잔치’가 《금오신화》에 전한다.
류수, 김주철 | 옮김
류수는 김시습 작품과 정약용 작품을 우리말로 옮겼다.
김주철은 김시습 작품과 《해사일기―기행문집3》을 우리말로 옮겼다.
이삼남 | 다시쓰기
하루의 대부분을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보낸다. 학교는 아이들의 여물지 않은 꿈이 자라는, 꽃망울 속에 담긴 꽃의 시간이라고 믿는다. 진심이 통하는 교실, 행복을 나누는 교실에서 내 꿈도 함께 자라기를 소망하며 스스로를 다독이고 있다.
1999년 《창조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고, 시집 《빗물 머금은 잎사귀를 위하여》, 《침묵의 말》, 《너와 떡볶이》를 펴냈다.
송만규 | 그림
한국화를 전공했다. 1993년 ‘이 바닥에 입술을 대고’라는 주제로 첫 번째 개인전을 가졌고, 서민들의 일상적인 삶을 세밀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냈다. 이를 계기로 붓을 잡고 창작에 집중하게 되었다. 2002년 섬진강이 내려다보이는 구미마을에 작업실을 마련하고 ‘새벽강’, ‘언 강’ 등을 발표했다. 섬진강 물길을 수없이 걸으며 자연의 아름다움과 물이 건네는 메시지를 한지와 수묵으로 담아냈다. 물과 강, 인간과의 호흡이라는 화두로 여러 강물을 따라 사색하며 섬진강 화가라 불린다. 현재 한국묵자연구회장으로 학당을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쓴 책으로 《섬진강, 들꽃에게 말을 걸다》, 《강의 사상》이 있다.
본문 중에서
싸늘한 봄추위 엷은 옷에 스며들 때
향로는 차디차고 그 얼마나 마음속을 태웠던가요.
황혼은 짙어 가며 저녁노을 떠오를 때
장막 안 원앙금침에 님이 그리워 비녀를 반만 꽂은 채 피리만 불었더니
야속해라 세월은 화살 같아 하염없이 마음만 태웠을 뿐. _13쪽
부벽정 오늘 밤엔 달도 밝아라 어이 다 말하리 슬픈 이 마음을.
나뭇잎 휘늘어져 양산처럼 펼쳐지고 강물은 넘실넘실 비단결인 양.
세월은 화살같이 덧없이 흘러 놀라워라 세상일이 변해 감이여.
이 밤 이 마음을 그 누가 알아주나. 몇 마디 종소리만 숲속에서 울려온다. _60쪽
“옛사람은 ‘음과 양으로 조화되는 것이 도이고, 열리고 닫히는 것이 변화이고, 끝없이 나서 자라는 것이 발전이며, 꾸준하고 꾸며 낸 거짓이 없는 것이 진실이다.’ 하였다. 그렇다면 어찌 이 우주 밖에 다시 다른 우주가 있으며 이 세계 밖에 또 다른 세계가 있단 말인가?” _81쪽
“나라를 다스리는 자는 폭력으로 백성들을 억압해서는 안 된다. 백성들이 비록 겁을 먹고 두려워하면서 따르는 것처럼 보이나, 마음속에는 반항심을 품고 있으니 이것이 날로 쌓이고 달로 쌓이면 마침내 터질 것이다. 그때 가서는 왕권이란 한갓 봄바람에 얼음처럼 녹아 버리고 말 것이다. 그러므로 덕이 있는 자는 권력으로 임금의 자리에 나가지 않는다. 하늘이 비록 이렇다 저렇다 말을 하지는 않지만 어떤 일을 행함으로써 그 뜻을 보이니, 상제의 명령이란 엄격한 것이다. 나라는 백성의 나라이고 명이라는 것은 하늘의 명이다. 하늘의 명이 떠나고 민심이 떠나면 자기 한 목숨인들 어떻게 보전할 수 있겠는가?” _86쪽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니, 근본이 단단해야 나라가 편안하다.”는 말이 있다. 대체로 백성들이 군주를 받들며 사는 것은 군주의 힘으로 도움을 받기 때문이고, 군주가 자기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것은 백성이 있기 때문이다. 민심이 따르면 아주 오랜 세대에 걸쳐 군주 노릇을 할 수 있으나 민심이 떠나면 하룻밤을 넘기지 못해 평민이 되고 만다. 군주와 평민 사이가 털끝만 한 차이도 없는 것이다. 이 어찌 삼가야 할 일이 아니겠는가. _146쪽
나라 창고에 쌓인 재물은 모두 백성들이 마련한 것이다. 윗사람들의 옷과 신발은 백성들의 살가죽이며, 음식 요리는 백성들의 기름이다. 백성들이 소득의 십분의 일을 세금으로 나라에 바치는 것은, 군주가 총명과 지혜를 다해 백성들이 잘살 수 있도록 다스려 주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군주는 음식을 대할 때면 백성들도 나처럼 먹고 사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옷을 입을 때도 백성들이 나처럼 입고 사는가를 생각해야 하며, 심지어는 대궐에 머물 때도 모든 백성들이 누구나 다 집을 지니고 안정된 생활을 하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또한 수레를 타고 외출할 때도 만백성들이 평화롭게 사는가를 생각해야 하는 법이다. _146~1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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