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작가이자 시인이고, 학교 선생님이었던 임길택 선생님은 1997년에 마흔여섯 살의 나이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언제나 가난하고 소박하게 살았던 임길택 선생님은 1976년부터 열네 해 동안 강원도 탄광 마을과 산골 마을에서 초등 학교 선생님을 지냈습니다. 그 뒤에는 돌아가실 때까지 경남 거창에서 몸이 불편한 아이들을 가르쳤습니다.
언제나, 가난하고 공부도 못하고 다른 아이들에게 따돌림 당하는 아이들을 더욱 따뜻하게 품어 안았던 임길택 선생님이 아이들과 글쓰기를 시작한 것은 ‘사북 사태’로 널리 알려진 1980년 4월이 지난 뒤부터였습니다. 아이들은 맞춤법과 띄어쓰기는 틀렸지만 자신의 삶을 정직하게 드러낸 글로 선생님을 가르쳤고, 선생님은 조금씩 더 아이들 편에 서게 되었습니다.
임길택 선생님은 ‘참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을 강조했던 이오덕, 이호철 선생님들과 함께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활동도 오랫동안 같이 했습니다. 그러면서 동화, 동시, 산문 같은 많은 글을 남겼는데, 임길택 선생님이 가르친 아이들도 많은 글을 썼습니다. 임길택 선생님은 직접 시를 써서 《탄광 마을 아이들》《산골 아이》《할아버지 요강》 같은 시집을 냈고, 아이들이 쓴 시는 〈나도 광부가 되겠지〉〈셋방살이〉〈우리들의 아버지〉〈물또래〉 같은 문집에 실었습니다. 이번에 그 문집 가운데에서 시를 가려 뽑아 시집 두 권에 담았습니다. 탄광 마을 아이들 시는 《아버지 월급 콩알만 하네》에 모았고, 산골 마을 아이들 시는 《꼴찌도 상이 많아야 한다》에 모았습니다.
그 동안 임길택 선생님이 쓴 시들은 탄광 마을이나 산골 마을의 정직한 기록으로, 삶이 짙게 묻어나는 감동을 주는 시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또한 임길택 선생님이 가르친 아이들 시는 선생님 시를 넘어서는 감동으로 자신의 삶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임길택 선생님이 가르친 아이들 시는 말재주를 부리며 요란하게 꾸며 쓰지 않았습니다. 지금 학교 교과서에서는 아이들에게 의성어, 의태어를 꾸며 넣고, 여러 가지 재주를 부려 시를 쓰라고 가르치고 있지만, 임길택 선생님 반 아이들은 아주 솔직 담백하게 자신의 삶을 드러내는 일에 충실한 시를 썼습니다. 사투리와 입말도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시를 읽으면 그대로 그 마을이 보이고, 아이들이 보이고, 아이들의 부모나 선생님, 이웃 사람들이 보입니다.
가난하지만 따뜻하게 식구들, 이웃들을 돌아보며 살아가는 아이들, 자연 속에서 몸으로 일하고 신나게 뛰어 노는 아이들 모습이 담긴 이 시들은 요즘 아이들이나 선생님, 부모님들도 꼭 같이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물질은 풍부해졌는지 모르지만 학원과 시험, 컴퓨터 게임으로 지쳐있는 아이들 삶을, 그리고 몸은 편해졌는지 모르지만 식구를 돌아보고 이웃을 돌아보기 힘들어진 우리 어른들의 삶을 함께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추천하는 말 - 따뜻하고 정겨운 아이들 시
머리말 - 스스로 배우는 아이들
1부 - 꼴찌도 상이 많아야 한다
2부 - 맨드라미는 좋은 일을 많이 한다
3부 - 빨갛게 익은 고추를 땄다
4부 - 토끼를 잡으러 산으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