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어린이 24

임길택 선생님이 가르친 아이들 일기와 산문

지금쯤 몽실 언니도 잘 거야

무선 | 152*205 mm | 216 쪽 | ISBN 9788984287419

“엄마 아빠 어릴 적엔 어떻게 지냈을까?”
컴퓨터, 휴대폰은 물론이고 집집마다 텔레비전도 흔치 않던 시절,
자연 속에서 꿋꿋하고 신나게 자라던 동무들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요.
이 책을 여는 순간, 그때 그곳으로 타임머신 출발!

초등 전학년

펴낸날 2012-03-15 | 1판 | 임길택 | 글 초등학생 73명 | 그림 이광익 |

11,000원

9,900원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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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길택 선생님이 가르친 아이들 73명의 일기와 산문을 엮어낸 책입니다. 강원도에 있는 사북초등학교 5, 6학년과 정선 봉정분교 6학년 아이들 문집에서 글을 골라 실었습니다. 탄광 마을과 산골 마을 아이들이 놀며 일하며 씩씩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고스란히 만날 수 있습니다.
고생하는 부모님 때문에 마음 아파하고, 힘든 농사일을 묵묵히 해내고, 동물과 식물 마음까지 헤아리는 걸 보면 어른보다 낫다 싶어 찡해지면서도, 때로는 장난기 넘치고 거침없으며 어디로 튈지 모르는 모습에 절로 웃음 짓게 됩니다. 본디 여러 얼굴을 가진 우리 아이들의 참모습, 참살이 그대로입니다.

 

“엄마 아빠 어릴 적엔 어떻게 지냈어?”

여기 묶은 글들은 1980년대 초에 쓰여진 글들입니다. 그때 이 글을 썼던 아이들은 지금쯤 40대가 되었겠지요. 거꾸로 보면 이 책은 지금 초등학생 아이를 둔 대다수 부모님들의 어린 시절로 가는 타임머신인 셈입니다.
이 타임머신에 올라타면 부모님은 어릴 적 몽실몽실한 추억을 떠올릴 수 있고, 아이는 언뜻 상상하기 힘든 엄마 아빠 어릴 적 모습을 그려볼 수 있습니다. 아이가 읽으면서 궁금해하는 내용과 말뜻 들을 부모님이 알려주면서 함께 읽는다면, 더 재밌고 유익한 읽기가 될 거예요.

 

임길택 선생님, 그리고 삶을 가꾸는 글쓰기

“이웃과 함께 어울려 살 줄 알고, 그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자기 시간을 아끼며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면 그 누구나 훌륭한 글을 쓸 수 있고, 그런 사람들의 글이 우리에겐 필요한 탓이지요. (…) 마음먹은 대로 일을 열심히 하세요. 그리고 그 일을 하면서 쓴 글을 여러 사람들이 읽을 수 있도록 하세요. 이 세상에 시인이 따로 있는 게 아닙니다.”(‘엮은이의 말’에서)

임길택 선생님은 탄광 마을과 산골 마을에서 스무 해 가까이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1997년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순박한 아이들 모습이 그대로 담긴 동시와 동화 들을 여러 편 남기셨지요. 자기만 글을 쓴 것이 아니라, 아이들도 글을 쓸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해 이끌었습니다.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고 그러한 자기 삶을 꾸밈없이 진심으로 써내려가면 저절로 좋은 글이 나온다고 일러준 것입니다. 그 결과로, 지난 2006년에 아이들 시 모음 《아버지 월급 콩알만 하네》《꼴찌도 상이 많아야 한다》(보리)가 나란히 출간되어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이 책 《지금쯤 몽실 언니도 잘 거야》는 그 세 번째 열매입니다. 이번에는 아이들이 쓴 일기와 산문을 모았습니다. 시 모음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아이들 모습으로 찡한 감동을 주었다면, 일기와 산문 모음은 거기에 유쾌한 재미까지 더해졌습니다. 아이들이 좀 더 많이 공감하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저절로 ‘살아 있는 글’ ‘삶을 가꾸는 글’이 어떤 것인지 익히게 됩니다. 나아가 스스로 그러한 일기를 써보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입니다.

 

일, 공부, 놀이가 다르지 않은 아이들

이 책에 나오는 아이들은 도무지 심심할 틈이 없습니다. 날마다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한번 살펴볼까요? 딱지 먹기, 구슬치기, 잠자리 잡기, 나만의 꽃밭 가꾸기, 외양간 소똥 치우기, 엄마 시집오던 날 이야기 듣기, 다락방에서 자기, 밤 따러 가기, 노래 불러 황새 쫓기, 소 대신 밭 갈기, 경운기에 누워 별 구경 하기, 새벽밥하기, 신문 돌리기, 냉이랑 달래 캐다 시장에서 팔기, 만들기 찰흙 직접 파 오기, 고물 장수 돕고 엿가락 얻어먹기, 소가 새끼 낳는 모습 보기, 송아지랑 식구처럼 정붙이기, 동네 얼음판에서 썰매 타기, 버들가지로 고기 잡기, 달 보면서 할머니한테 옛이야기 듣기…….
굉장하지요? 그 옛날 산골 마을, 탄광 마을 아이들한테는 일과 놀이와 공부가 매한 가지였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부모님을 도와 집안일을 함께하고, 그게 힘은 들지만 때로 놀이가 되고, 그만큼 재미도 보람도 남달랐지요.
어릴 적부터 입시 공부로 내몰리는 요즘 아이들한테는 먼 얘기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공부 때문에 힘들어하고, 그나마 쉬는 시간이 생겨도 게임밖에 할 게 없는 우리 아이들이, 조금은 낯설지만 따뜻한 이 동무들을 만나 함께 웃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추천하는 글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너무 긴 시간을 거슬러 가기 때문에 조금은 어리둥절해질지 몰라요. 그렇지만 그건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탄광 마을과 산골 마을에서 살아가는 아이들과 동무하여 함께 지내다 보면 너무 재미있어서 금세 괜찮아질 테니까 말이에요. 그곳 아이들과 놀면서 시간 여행을 하다 보면 돌아올 마음이 없어질지도 몰라요. 너무 흥미로워서 말입니다. 그것도 괜찮아요. 책을 덮으면 시간 여행이 멈추어지고, 책을 펼치면 다시 시간 여행이 시작되니까 말입니다.” _윤태규 (대구 동평초등학교 교장, 동화 작가)
 
엮은이 임길택

1952년 전라남도 무안에서 태어났습니다. 1976년부터 강원도 탄광 마을과 산골 마을에서 열네 해 동안 아이들을 가르쳤고, 1990년부터 경상남도 거창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1997년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시 모음으로 《할아버지 요강》《산골 아이》《탄광 마을 아이들》《똥 누고 가는 새》《나 혼자 자라겠어요》, 동화 모음으로 《산골 마을 아이들》《느릅골 아이들》《수경이》 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산문과 교단 일기를 엮은 《나는 우는 것들을 사랑합니다》, 아이들이 쓴 시를 엮은 《아버지 월급 콩알만 하네》《꼴찌도 상이 많아야 한다》가 있습니다.

 

 

<임길택 선생님이 가르친 아이들 시 모음>

 

아버지 월급 콩알만 하네


사북초등학교 64명 어린이 글
임길택 엮음 | 김환영 그림
160쪽 | 8,500원

임길택 선생님이 가르친
강원도 탄광 마을 아이들
시를 모았습니다.

 

꼴찌도 상이 많아야 한다

정선 봉정분교 23명 어린이 글
임길택 엮음 | 정지윤 그림
140쪽 | 7,000원

임길택 선생님이 가르친
강원도 산골 마을 아이들
시를 모았습니다.

 

 

그린이 이광익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났습니다. 1995년부터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홍길동전》《과학자와 놀자》《꼬리 잘린 생쥐》《깡딱지》《우리 집에 온 길고양이 카니》《우리 자연 유산 이야기》《쨍아》《반달》《나비를 따라갔어요》《우리 집에 직박구리가 왔어요》《아빠를 딱 하루만》《짝꿍이 다 봤대요》 같은 책들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아이들 글 맛보기

 

1982년 8월 21일 토요일
<1살에서 4학년까지 관람 불가>
아침에 일찍 일어나 보니 언니가 언제 일어났는지 숙제를 하고 있었다. 나는 “벌써 일어났네.” 하고 말하니까 언니가 “응.” 하고 대답했다. 나는 “그래.” 하며 밖으로 나와 토끼풀을 꺼내 주고 마루에 앉아 신문을 보았다. 그런데 영화 나오는 것을 보니 꼭 뭐가 ‘연소자 관람 불가 국민학생 관람 불가’라고 거진 이렇게 씌어 있었다. 정말 어처구니없었다. 우리가 안 보는 것이 좋아서 그렇게 써 놓았겠지만 그래도 이렇게만 써 놓으면 내 마음이 얼마나 편할까? ‘1살에서 4학년까지 관람 불가’ (5학년 김미자)

 

1985년 1월 24일 목요일
<지금쯤 몽실 언니도 잘 거야>
학교에 갔다 와서 빌려 온 책을 읽었다. ‘몽실 언니’, 슬프면서도 재미있었다. 책을 드니 책에서 눈을 떼기 싫었다. 시간은 참 잘 갔다. 세 시간 동안 읽었다. 저녁 연기 냄새가 나도 계속 읽었다. 몽실 언니가 울 때면 나도 울고, 괴로워할 때면 더 큰 소리로 울었다. 내가 울었다면 다들 웃을지 모른다. 하지만 난 정말로 울었다. 그것도 소리 내서 말이다.
지금쯤 몽실 언니도 잘 거야. 모든 사람이 다 잠든 것 같다. 눈을 감아 봤다. 몽실 언니가 보인다. 얼굴이 참 이쁘다. (6학년 김숙희)


<아버지 모습>


우리 아버지는 인물도 잘생기지 못했다. 그러나 나는 엄마보다가는 아버지를 더 좋아한다. 나는 우리 아버지가 번개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방에 있으면 밭에 있고, 내가 밭에 가서 같이 하려고 하면 벌써 다 하고 다른 밭에 간다. 나는 매일 아버지와 숨바꼭질한다. 그러나 나는 아버지가 불쌍하다. 남들은 술도 먹는데 우리 아버지는 술도 안 먹고 일을 더 많이 한다. 그러나 아버지는 일하는 것을 즐겁게 하신다. (6학년 함정옥)


1984년 5월 14일 월요일. 맑음.
<큰 소는 송아지에게 젖을 주고는 순해졌다>


공부를 마치고 집에 오니 아버지께서 소가 새끼를 놓는다고 했다. 나는 기분이 좋아서 연재네 집에 갔다 오니 송아지는 태어났다. 큰 소는 송아지를 혀로 핥고 아버지는 발톱을 까 주고 할아버지는 소금으로 이빨을 닦아 주었다. 큰 소는 또 송아지가 걸어가라고 뿔로 받았다. 송아지는 조금씩 걸어갔다. 송아지가 젖을 먹으러 가니 큰 소가 발로 찼다. 송아지가 저기 가서 넘어졌다. 아버지가 송아지에게 젖을 주려고 하다가 큰 소 발에 채였다. 큰 소는 송아지에게 젖을 주고는 순해졌다. (6학년 장승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