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마을은 하늘과 바람과 나무와 뭇 생명들이 서로 소통하며 어울려 살아가는 공간입니다. 시인은 이곳에서 농사지으면서 보고 듣고 겪은 것을 바탕으로 하여 우리가 잊고 있던 것, 잃어버린 것을 찾아서 보여 줍니다.
사람들은 서로 뽐내지 않고 저마다 자기 빛깔을 내며 살아가고, 똑같은 땅에서 고구마는 달게, 땅콩은 고소하게, 고추는 맵게, 오이는 길쭉하게, 방울토마토는 둥글게 자라납니다.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데도 봄이 되면 냇가에 버들강아지가 싹 트고 산밭에 매화가 핍니다. 당연하지만 깨닫지 못했던 신비한 땅의 조화요, 자연의 질서지요.
그뿐이 아닙니다. 이 시집은 작은 벌레 하나도, 작은 들꽃 하나도, 지나가는 바람 한 줄기도 내가 있게 하는 존재임을 깨닫게 하고, 눈물이 날 만큼 아름다운 마음들을 만나게 합니다.
_‘꽃처럼 아름다운 산골 마을 이야기’에서 (조월례, 어린이 도서 평론가)
초등전학년
펴낸날 2013-05-21 | 1판 | 글 서정홍 | 그림 신가영 |
9,000원
8,100원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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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에 담긴 내용
농사지으며 깨달은 땅의 조화와 자연의 질서를 시에 담아
봄이 왔다고 / 아무도 / 말하지 않았는데 // 우찌 / 알고 // 냇가에 / 버들강아지 싹이 트고 / 산밭에 / 매화가 피노.
― ‘우찌 알고’ 시 전문(132쪽)
고구마는 달게 / 땅콩은 고소하게 / 고추는 맵게 // 오이는 길쭉하게 / 방울토마토는 둥글게 / 감자는 울퉁불퉁하게 // 똑같은 땅에서 / 똑같은 햇볕 아래 / 똑같이 자랐는데 / 똑같은 건 하나도 없습니다.
― ‘텃밭에서’ 시 전문(149쪽)
¶저는 여태까지 책에서 배우고 깨달은 것이 참으로 많습니다. 그러나 자연 속에서 훨씬 더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달았습니다. 도시에서 살 때에는 하늘과 땅이 하나이고, 도시와 농촌이 하나이고, 사람과 자연이 하나라는 단순한 진리조차 깊이 깨닫지 못했는데, 자연 속에서 농사를 지으며 저절로 깨달았습니다. 살아 있는 모든 생명은 하나이며, 서로 나누고 섬기며 살아야 할 운명을 타고났다는 것을. 이 깨달음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어 시를 썼습니다.
― ‘시인의 말’에서, 서정홍(4~5쪽 요약 발췌)
서정홍 시인은 농사 나이로 치면 겨우 여덟 살 된 농부이다. 시인은 농사지으면서 온몸으로 보고 듣고 느끼고 겪은 것들을 시로 썼는데, 그 가운데에는 우리가 무심코 지나쳐 버리는 자연의 모습이 많이 담겨 있다. 똑같은 밭에서 자란 채소가 저마다의 생김새로 자라나는 땅의 조화나, 풀과 나무들이 때맞추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자연의 질서, 사람 똥이 거름이 되어 곡식과 과일을 자라게 하는 순환의 질서 같은 것들 말이다. 시인이 아이의 시선으로 포착해 낸 자연의 모습을 읽다 보면, 아이들이 자연과 사람이 하나라를 진리를 깨닫고 자연과 한층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꽃처럼 아름다운 마음을 담은 시
잠시 / 집을 비울 때도 / 어머니는 / 꽃한테 인사를 합니다. // “채송화 님! 봉숭아 님! / 잠시 나갔다 올 테니 / 잘 지내고 계세요.” // 그럴 때마다 / 어머니 얼굴은 / 채송화도 되고 / 봉숭아도 됩니다.
― ‘꽃과 어머니’ 시 전문(62쪽)
우리 집 / 외양간 송아지들을 / 가만히 보고 있으면 // 서로 잘난 척하고 / 툭 하면 다투는 사람보다 /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어요. // 어미도 다르고 / 몸집과 생김새도 다른 / 송아지들이 / 좁은 외양간 안에서 / 저리도 잘 지내는 걸 보면.
― ‘가만히 보고 있으면’ 시 전문(106쪽)
누가 나 대신 / 들녘에서 땅을 갈고 있습니다. / 누가 나 대신 / 공장에서 옷을 만들고 있습니다. / 누가 나 대신 땡볕에서 집을 짓고 있습니다. // 나는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 날마다 구수한 밥을 먹고 / 날마다 따뜻한 옷을 입고 / 날마다 편안하게 잠을 잡니다. // 나는 ‘누가’ 없으면 / 아무것도 아닙니다.
― ‘누가 없으면’ 시 전문(113쪽)
《나는 못난이》에는 산골 마을에 사는 뭇 생명들의 이야기가 두루 담겨 있다. 꽃한테 인사하며 집 안 구석구석을 살뜰히 챙기는 어머니, 누군가 나 대신 일해 주기 때문에 내가 배불리 먹고 입고 잠잘 수 있다는 고마움을 담는 아이들, 생김새나 몸집은 달라도 좁은 외양간 안에서 잘난 척하거나 싸우지 않고 살아가는 송아지들, 내 것 네 것 따지지 않고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산골 마을 사람들이 있다. 아이들은 이들의 모습을 통해, 모든 생명들이 서로 소통하며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 아름답게 사는 법임을 깨닫고, 감성이 풍부하고 인성이 따뜻한 아이로 자라나게 될 것이다.
나에서 시작해서 이웃과 자연에 이르는 이야기
내 별명은 못난이다. / ‘못난아 못난아!’ / 동무들이 맨날 놀려 대지만 / 듣고도 못 들은 척한다. // 오늘따라 공부도 하기 싫고 / 하도 심심하여 / 골목을 서성거리는데 // 며칠 전에 이사 온 / 옆집 고은이 할머니가 / 나를 보자마자 / 뜬금없이 한 말씀 하신다. // “야야, 니 참 복스럽게 생겼다야. / 앞으로 복 많이 받고 잘살겠다야.” // 집으로 와서 거울을 보았다. / 보고 또 보았다. // 복스럽게 생긴 못난이가 / 배시시 웃고 있다.
― ‘나는 못난이’ 시 전문(18쪽)
처마 밑에 달아 놓은 곶감 / 따 먹지 말라 했는데 // 곶감 따 먹다 / 어머니한테 들킨 내 동생 / 잘못했다는 말은 하지 않고 / 씩 웃으며 // “어머니, 가을을 따 먹었어요.” // 그 말을 듣고 어머니도 / 씩 웃으며 // “가을을 따 먹었다고? / 와아, 그 말이 / 진짜 시다야 시!”
― ‘진짜 시’ 시 전문(54쪽)
《나는 못난이》는 모두 4부로 구성되어 있다. 아이들의 눈길을 ‘나’에서부터 식구, 이웃, 자연으로 넓힐 수 있도록 부를 나누었다. 1부에는 어린이인 ‘내가’ 주인공이 되어, ‘나’와 가장 가까운 둘레에서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것들을 쓴 시를 모았다. 동무들의 못난이라는 놀림에는 못 들은 척했지만 이웃 할머니의 덕담에 금세 배시시 웃는, 순박하고 솔직한 아이들을 만날 수 있다. 2부에는 ‘식구’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서로 보듬고 사는 식구들 모습과, 곶감을 따 먹다 들킨 동생이 “가을을 따 먹었다”고 하는 시처럼 마주이야기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시들도 만날 수 있다. 3부에는 산골 마을 이웃들의 삶을 담아 사람 사이의 정을 느끼게 하고,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이야기들을 통해 생각해 볼 거리를 던져 주기도 한다. 4부에는 자연의 질서와 소중함을 배우고 느낄 수 있는 시들을 모았다. 아이들이 책장을 덮고 나면 깨달음과 함께 산뜻한 마음이 들 것이다.
사실적이고 따뜻하게 그려 낸 그림
화가 신가영 선생님은 대학에서 서양화를 공부하고 어린이 책에 그림을 그렸다. 그러다 그림 활동을 접고 한동안 작은 화단과 조막 밭을 가꾸며 살았는데, 《나는 못난이》 원고를 읽고 다시 어린이 책에 그림을 그려 볼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파스텔과 목탄 등의 재료를 써서 83편의 시에 쉰 컷 가깝게 그림을 그렸다. 새와 짐승들, 산골 마을에서 농사지으며 살아온 이웃들의 모습과, 아이들의 다양한 감정과 움직임을 사실적이고 따스하게 표현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이 읽어 보아도 시인과 화가가 전하는 소박하고 정겨운 마음들을 두루 만날 수 있을 것이다.
◈ 작가 소개
서정홍 시
사람은 모름지기 자연 속에서 자연을 따라 자연의 한 부분으로 살아가는 것이 가장 좋은 삶이란 걸 깨닫고 농부가 되었습니다. 땀 흘려 일하는 사람이 글을 써야 세상이 참되게 바뀐다고 믿으며 글쓰기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펴낸 책으로는 시집 《58년 개띠》 《아내에게 미안하다》 《내가 가장 착해질 때》 《밥 한 숟가락에 기대어》, 동시집 《윗몸일으키기》 《우리 집 밥상》 《닳지 않는 손》, 자녀교육이야기 《아무리 바빠도 아버지 노릇은 해야지요》, 산문집 《농부 시인의 행복론》 《부끄럽지 않은 밥상》들이 있습니다. ‘마창노련문학상’과 ‘전태일문학상’을 받았습니다. 황매산 기슭에 ‘열매지기공동체’와 ‘강아지똥학교’를 열어 이웃과 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깨달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신가영 그림
그림 공부를 마친 뒤, 《개구장이 노마와 현덕 동화나라》 《몰라쟁이 엄마》 《이래서 그랬대요》 《벌렁코 하영이》 《감자를 먹으며》들의 동화와 그림책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한동안 그리는 일을 그만두고 작은 화단과 조막 밭을 가꾸며 살았습니다. 지렁이를 비롯한 땅속 벌레들과, 벌 나비 새 다람쥐 들과 함께 지내면서 꽃을 피우고 감자를 캤습니다. 이제 다시 그림을 그리며 그 속에서 자연을 배우고 어린이들을 많이 알아 가려고 합니다.
풀과 나무, 새와 짐승, 벌레들과
서로 나누고 섬기며 사는 산골 마을 이야기
시인의 말
풀과 나무, 새와 짐승, 벌레들과 서로 나누고 섬기며 사는 이야기 _서정홍
1부 나는 못난이
겨울밤 / 서로 미안하여 / 나는 못난이 / 꿈속에서 도깨비가
울지 마라, 누나야 / 흉보다가 / 자랑거리 / 도시 똥과 시골 똥
나이 따지기 / 똑같은 엄마 / 몰래 훔쳐보다가 / 청개구리 한 마리
우짜란 말이고 / 생각은 달라도 / 천왕봉에서 / 똑같은 말인데 1 / 똑같은 말인데 2
내 몸이 세 개라면 / 장례식 날에 / 작은 음악회
2부 농부 아들답게
일요일 아침 / 진짜 시 / 거름왕 / 인기 순위 / 말도 안 되는 소리 / 마음먹기 / 꽃과 어머니
어머니 생일 / 전국 팔도 / 물려받은 소리 / 전화기를 꼭 붙들고 / 밥상 앞에서 / 그림의 떡이다
고구마 시집가는 날 / 동생 앞에서는 / 기분 좋은 날 / 알 수 없는 일 / 농부인 아버지는
배추밭에 앉아 / 농부 아들답게 / 씨감자 심으면서
3부 모두 한 식구
모두 한 식구 / 작은 지도 속에 / 선생님 / 감자밭에서 / 나팔 소리 / 플라스틱 바가지
니 누고 / 동갑 / 그 자리에 / 신호등 앞에서 / 고물 짐차 / 들었을까 / 가만히 보고 있으면
정월 대보름 / 쌀고개 / 13퍼센트 / 음식물 쓰레기 / ‘누가’ 없으면 / 하필이면 그때
투명 인간 / ‘전태일’을 읽고
4부 나무도 사람처럼
함께 사는 집 / 나무는 / 아침 인사 / 두양리 은행나무 / 나무도 사람처럼 / 봄 / 우찌 알고
봄 편지 / 여름 / 뻐꾸기시계 / 어쩔 수 없는 일이다 / 어디로 갔을까요 / 숨어라 / 해바라기
착한 허수아비 / 사이좋게 / 텃밭에서 / 늦가을 / 속잎 살리느라 / 저녁 무렵 / 겨울방학
추천하는 말
꽃처럼 아름다운 산골 마을 이야기 _조월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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