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의 나라(상) 북리 군왕부 살인 사건

무선 | 153×225 mm | 376 쪽 | ISBN 9788984281967

<임금의 나라 백성의 나라>로 제목을 고쳐 다시 펴냈습니다.

청소년~어른

펴낸날 2005-04-01 | 1판 | 글 김유인 |

9,500원

8,550원 (10% ↓)

8,550원 (10% ↓)

백성 모두를 천자라 믿었던, 포청천의 오른팔 남협 전조 이야기

첫째, ‘강한 것이 곧 정의’라는 무협 소설의 절대 명제를 깨고,
‘바른 것이 곧 정의’라는 새로운 명제를 퍼뜨린 색다른 소설
보통 무협 소설들은 거친 강호에서 무공을 익혀 결투를 반복하는, 강도 높은 싸움으로 많은 남성 독자들을 사로잡아 왔다. 무공이 강한 사람이 이기는 것은 하나의 원칙이었다. 하지만 무예를 익힌 그 무리가 하루도 쉬지 않고 싸우는 가운데 끊임없이 희생되는 것은 무고한 백성들이었다.
《천자의 나라》는 역사추리 소설이면서 무협 소설이지만, 조화롭게 사는 길을 꾀하면서 생명의 소중함을 생각지 않고서는 어떠한 무력도 단순한 폭력에 지나지 않음을 힘 있게 밝히고 있다. 오랜 세월 동안 무협 소설에서 절대 명제였던 ‘강즉정(强卽正)’이라는 원칙을 깨뜨리고 ‘정즉정(正卽正)’, 즉 바른 것이 곧 정의라는 새로운 명제를 퍼뜨린다는 점에서 무척 색다른 소설인 것이다.
게다가 ‘천하제일검(天下第一劍)’으로 불릴 정도로 무예에서는 고수이면서도 뜻 없이 사람을 마구 죽이는 일을 강하게 거부하는 전조를 보면서 ‘정의로운 힘’과 ‘단순한 폭력’이 어떻게 다른지 판단할 근거를 얻게 된다.

“강 즉정. 강한 것이 곧 정의다. 그 한 마디가 얼마나 많은 강호인들을 눈멀게 하고, 광포하게 만드는지 선생 같은 문사는 모르실 겁니다. 사람들은 강하면 뭐든지 된다고 생각합니다. 약한 자가 어찌 사는지, 힘만을 앞세우는 세상이 얼마나 그들을 상처 입히는지, 강하지 않아도 세상에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이 많은지, 다 잊고 삽니다. 강호는 자유롭고 뜨거운 의리와 정, 호쾌함이 넘치지만 그래도 결국 강호는…… 강자의 세상입니다. 제가 조금이라도 강호를 떠나고자 했다면 아마 그 때문일 겁니다.”
(《천자의 나라》중에서 전조가 한 말)

“제 가 익힌 것은 그저 한 자루의 검. 베면 잘리고, 내리치면 꽂히는 지극히 정직하고 투박한 이 한 자루의 검. 그러나 이 검은 살인자의 손에 들리면 살검이 되고, 협객의 손에 들리면 활검이 되더이다. 천자 또한 마찬가지가 아니더이까. … 아무리 활검이라 한들 검은 곧 검. 강즉정, 강자가 정의인 세상에서 언제 살검으로 변해 피바람을 일으킬지 모르는 무서운 무기. 그러므로 그 검조차 없어지기를, 그 검이 녹아 땅을 일구는 호미와 낫이 만들어지는 평화로운 세상이 되기를 진실로 저는 바랍니다.”
(《천자의 나라》 중에서 전조가 한 말)

“만 송이 꽃에 하나의 살검을 품는 것이 아니라, 만 개의 칼날 위에 한 송이 꽃을 피우는 것. 저는 검을 벤 것이 아니라 꽃을 피웠습니다. 피를 부르는 검이 아니라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마음으로. 대지 위에 한 송이 꽃을 피우는 마음으로. 진정 강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니던지요.”
(《천자의 나라》 중에서 북리현이 한 말)

둘째, 치밀한 사료 연구를 바탕으로 한 역사추리 소설
《천 자의 나라》는 오랜 시간에 걸쳐 중국 북송 시대를 연구한 작가의 사실주의 묘사가 단연 돋보이는 소설이다. 이 소설은 북송 최고 명군으로 알려진, 제4대 인종 황제 시대의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썼다. 글쓴이는 중국 사서를 탐독하면서 이야기의 줄기를 세우고, 거기에 추리 소설의 외피를 덧씌우는 과정을 통해 이 글을 탄생시켰다. 단순한 상상을 넘어서는 치밀한 고증과 완성도 높은 이야기 전개를 엿볼 수 있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이는 각종 사료를 바탕으로 꼼꼼하게 쓰여진 주석들을 보아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꾸민 것인지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다.
셋째, 곳곳에 숨어 있는 날카로운 문제의식
소설《천자의 나라》의 주된 줄거리는 ‘인피면구’를 쓰고, 신분을 감춘 채 암행에 나선 ‘인종 황제’가 포증(포청천)의 호위 무사인 당대의 무림 고수 ‘전조’와 동행하면서 겪는 이야기다. 인종은 전조와 함께 정치적으로 위험한 살인 사건을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천자 됨의 뜻을 새롭게 깨우쳐 간다.
이들의 숨 가쁜 여정을 좇다 보면 우리는 무협 소설이 주는 재미에 푹 빠져듦과 동시에 역사와 시대를 돌아보는, 살아 있는 정신에 조금씩 다가서는 자신을 느낄 수 있다. ‘다스림이란 무엇인가? 태평성대란 어떻게 올 수 있는 것인가?’ 이 책이 던지는 물음들에 독자는 자기도 모르게 작가와 함께 깊은 성찰을 하게 되는 것이다. 정체되고 보수적인 개념들이 뜻 없이 되풀이되던 다른 무협 소설이나 추리 소설에서는 볼 수 없는, 날카로운 문제의식이 소설 곳곳에 살아 숨 쉬고 있기 때문이다.

“허나, 그게 옳은 일일까? 장난으로 수만의 백성을 죽음으로 내모는 황제를 위해, 그 황제에게 한낱 붓 한 자루의 가치도 없이 짓밟히는 백성들을 외면한 채! 그렇게 홀로 죽어 가는 게 정녕 옳은 일인가 말일세! 아무리 천하의 황제라 한들 천자도 한 목숨, 백성도 한 목숨, 결국에는 똑같은 사람 목숨. 그런데 자네는 한 목숨 천자를 위해 수천 목숨 백성을 도외시하려 하니 정녕 그것이 옳은 판단인가? 차라리 천자 한 명을 갈아치워 수천 수만의 백성을 평화로이 살게 함이 훨씬 더 좋은 판단이 아닌가!”
“소왕야!”
“그런 천자는 갈아치움이 정의가 아닌가 말일세!"
(《천자의 나라》중에서 북리현과 전조가 주고받는 말)

넷째, 인간 관계에 대한 ‘진한 경험’
자기 존재의 뿌리를 찾기 위해 고뇌하는 인종이 전조와 나누는 이야기나, 같은 아픔을 품고 있는 전조와 아령 사이에서 피어나는 애틋한 사랑을 지켜보면서, 또 포증과 전조 사이에 한결같이 흐르는 깊은 의기를 느끼면서, 우리는 사람과 사람이 만날 때 무엇을 바탕으로 삼아야 하는지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하게 된다. 나한테 돌아오는 이익이 아니라 신뢰, 사랑, 의기로 맺어진 인간 관계를 ‘진하게’ 경험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롤로그
정교한 가면, 인피면구
장터에서
의뢰
개봉부의 밤
이상한 동행
차 한 줌의 마음
심검을 이루는 자
미안하네, 전 호위
북리 군왕부 살인 사건
비둘기, 소왕야, 그리고 소년
세 가지 정표
내게도 있다
이상한 바늘
늙은 일범, 범중엄
아무것도, 그 아무것도
순한 말 세 마리
아들을 찾는다면
다시 원점으로
한빙장
가지 마, 가지 마!
어디로 가고 싶었을까?
피 묻은 바퀴의자
아름다운 사람 하나
길에는 얼어 죽은 뼈가 있다
오직 한 명뿐인데
천자의 나라
온 하늘에 꽃비 가득 차고
벌을 받으십시오
바로 그 전조다
황금 시조상의 비밀

북송 시대 연표
북송 시대 지도
책을 내며

미리보기 준비 중입니다.